강풍 뚫고 … 매킬로이 '제네시스' 품었다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3. 7. 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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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스코티시오픈
18번홀 짜릿한 버디로
'디오픈 전초전'서 우승
김주형 악천후에 고전해
3타 잃고 공동 6위 마무리
공동 3위 오른 안병훈은
디오픈 출전권 획득 성공
로리 매킬로이가 깊은 러프에서 샷을 한 뒤 공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강풍, 날아간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울퉁불퉁한 페어웨이와 그린, 그리고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차가운 날씨까지.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월드투어(유러피언투어) 공동 주최한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은 그야말로 골퍼의 모든 것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완벽한 코스 공략과 샷, 그리고 강력한 멘탈을 갖춘 선수가 우승할 수 있는 상황. 역시 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마지막 18번홀에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버디를 성공시키며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16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베릭 더 르네상스 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 매킬로이는 마지막 18번홀 극적인 버디로 로버트 매킨타이어(스코틀랜드)를 1타 차로 제치며 지긋지긋한 '스코틀랜드 징크스'를 날리는 데 성공했다.

매킬로이는 유럽 최고 선수면서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른 톱 골퍼지만 지난해 디오픈에서 역전패를 당하는 등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매킬로이는 최종일 단독 선두로 출발해 절호의 우승 기회를 잡은 뒤 "내가 바람 속에서 경기를 잘 못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훨씬 좋아졌다. 내가 스코틀랜드에서 한 번도 우승을 못했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시작은 불안했다. 전반 9개 홀에서 버디는 단 2개에 그쳤고 대신 보기를 4개나 쏟아냈다. 이후 매킬로이의 승부욕에 불이 붙었다. 후반 9개 홀에서 전혀 다른 선수가 된 것 처럼 매킬로이는 버디만 4개를 잡아내며 대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동시에 지난해 눈앞에서 놓쳤던 디오픈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였다.

매킬로이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해 역전승을 노렸던 PGA투어 슈퍼스타 김주형은 악천후 속에 선전했지만 아쉽게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경기 막판에 무너져 아쉬움을 남겼다.

앞선 54홀에서 단 4개의 보기밖에 범하지 않았던 김주형은 이날 버디 4개를 잡았지만 보기 5개와 더블보기 1개로 무너졌다. 합계 9언더파 271타로 공동 6위. 김주형은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 이어 시즌 2승 기회이자 개인통산 PGA 투어 3승 기회를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아쉬운 최종일 경기였다. 지난해 자신의 PGA 투어 꿈을 이루게 한 '약속의 땅'인 이 대회에서 김주형은 첫날 공동 7위로 기분 좋게 출발을 알린 뒤 2라운드에는 공동 2위, 그리고 '무빙 데이'인 3라운드에서는 위기 상황에서도 단 1개의 보기도 범하지 않으며 3타를 줄이고 단독 2위까지 올라섰다. 단독 선두이자 가장 친한 '나이키 동료' 매킬로이에 1타 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이날 전반 7번홀부터 나온 '3홀 연속 보기'가 뼈아팠다. 이어 후반 10번홀부터 16번홀까지 2타를 줄이며 상승세를 탔지만 17번홀(파3)에서 또다시 보기를 범하며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고 마지막 18번홀에서 치명적인 더블보기로 순위가 공동 6위까지 하락했다.

가장 아쉬운 선수는 역시 안병훈이다. 이 대회 첫날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아내며 자신의 첫 PGA 투어 우승을 꿈꿨던 안병훈은 이후 자신의 약점인 퍼팅에서 잦은 실수를 범하며 합계 10언더파 270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수확도 있다. '디오픈 전초전'으로 열리는 이 대회는 디오픈 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 중 상위 3명에게 출전권을 부여한다. 이날 성적에 따라 안병훈과 함께 다비드 링메르트(공동 3위·스웨덴), 니콜라이 호이가드(공동 6위·덴마크)가 마지막 남은 디오픈 출전권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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