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점수 90점입니다”...사기단 벌벌 떨게한 정체는 [금융 라운지]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3. 7. 1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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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운전미숙이라던 수상한 그 운전자, 보험사기 점수 90점입니다. 기존 사고 피해자, 경기도 모 카센터, 특정 병의원과의 관계가 의심됩니다.”

자동차보험은 실손의료보험과 함께 보험사기단의 먹잇감이 된 지 오래다. 보험사들은 사기범을 가려내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해왔지만 범죄혐의 입증이 쉽지 않았고, 어렵게 적발한다해도 환수금액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최근 1~2년새 상황이 확 달라졌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이 도입되면서다. 기존 보험금 지급내역을 학습한 보험사기 AI 적발시스템은 천안 A카센터와 광주 B의원, 부산 C씨와 서울 D씨와의 수상한 관계를 불과 1~2분만에 잡아낼 만큼 진화했다.

삼성화재가 최근 업그레이드한 보험사기방지시스템(IFDS)은 특정인의 보험사기 의심 정도를 ‘점수’로 보여준다. 고의사고가 많은 것으로 의심되거나 조직형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보상처리 초기에 사전탐지해 수사기관에 상세 정보를 넘겨준다.

지난 달 시스템을 오픈했는데, 벌써 여러 건을 수사기관에 의뢰했다고 한다. ‘관계도 분석 서비스’를 활용하면 사기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범죄혐의 입증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와 국회도 보험사기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7년만에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했고, 당국이 꾸린 합동조사팀은 제1차 보험조사협의회를 열어 사기수법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보험조사협의회는 보건복지부, 경찰청,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근로복지공단, 보험연구원,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1조818억원으로, 5년새 35.5% 급증했다. 같은 기간 보험사기 적발인원도 10만2679명으로 29.7% 늘었다. 그러나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사기에 지급된 보험금은 고스란히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에 전가된다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는 범죄라고 보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AI 도입으로 수사 기법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데다, 다른 보험사들과도 공조하고 있기 때문에 적발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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