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돌아오지 못한 4명…빈소엔 비통함만 [오송 지하도 참사]
침통한 현장 소지품 속속 올라와
젖고 구겨진 문제집·수험표·신발 등
“내일 비 우려…오늘 작업 끝내야”
“식사하세요” 권유에도 구조 속도전
현장 울음, 장례식장으로 옮겨가
747번 버스 우회운행하다 참변
유족들 “아파트 청소하러 이동 하다가 사고 당해”
“손주 용돈 쥐어줄 정도로 생활력 강한 분” 애통
[헤럴드경제=홍태화(청주)·김영철(청주) 기자] “여기, 이거 수험표 있잖아.”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16일 오후 8시, 어두운 저녁에도 잠수복을 입은 구조대원은 현장을 이리저리 뛰었다. 사고 피해자 소지품이 건저져 도로 한복판에 펼쳐졌다. 수험표와 공기업 시험 문제집이 놓였다. 흙탕물에 젖어 색이 바래고, 구겨졌다.
대부분 유가족이 병원으로 떠난 상황에서 사고 현장은 고요했다. 구급대원은 망연히 서서 배수작업을 바라봤다. 들것에 손을 얹은 채, 10여명이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구조된 이가 있어 기다리고 있는 것이냐”고 묻자,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고 답했다.
그러나 2시간이 지나도록 낭보는 없었다. 그저 누구의 것일지 모르는 신발과 옷가지만 계속 바닥에 놓였다. 배수작업은 계속됐지만 수색 작업엔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적막 사이로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는 “식사하세요.” 자원봉사자들이 흠뻑 젖은 잠수부에게 연신 권유했다. 반쯤 잠수복을 걸쳐 벗은 잠수부는 말 없이 차가운 물만 맞고, 하늘만 보다 다시 잠수복을 걸쳤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실종 신고 접수가 된 인원은 총 12명이다. 이날 수습된 8명 중 7명은 실종 신고자와 신원이 일치했다. 적어도 4명 이상은 아직 차가운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셈이다.
한 충북도청 관계자는 “철야로 작업하겠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다음날 또 다시 호우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날 내로 배수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배수작업은 80% 이상 진행됐다.
사고 현장의 울음은 장례식장으로 옮겨갔다. 피해 가족들이 자리한 장례식장엔 비통함이 가득찼다.
충북 청주 서원구 개신동에 위치한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 2명이 안치돼 있었다.
빈소 바깥은 “어머니”라고 흐느끼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몇몇 유족들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유족은 아직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하는 백모(72·여)씨는 이날도 청소 작업을 하러 이른 아침부터 출근길에 올랐다고 했다. 그러나 백씨가 탑승한 747급행버스는 오송역~청주 시내~청주공항을 운행하는 버스로, 당초 사고 지점인 궁평제2지하차도 통과하는 노선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폭우로 노선을 우회했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백씨의 사위 A(42) 씨는 지난 14일 백씨가 가족과 연락이 끊겨 같은 날 오후 실종 신고를 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백씨의 위치가 사고 지점으로 확인돼 노심초사했지만, 결국 현실을 마주해야했다.
A씨는 “금요일(14일) 아침까지 아내와 통화가 닿았다”며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아 불안한 느낌을 안고 실종 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씨가) 침수 현장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15일) 이른 오전에 현장을 갔지만, 지하차도에 물이 범람해 사고 현장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고 말을 흐렸다.
백씨와 함께 버스를 탄 박모(76·여) 역시 같은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 박씨의 아들 B(53) 씨는 “어제(15일) 오전 7시18분께 전화로 어머니가 ‘출근하는데 차가 통제돼서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것이 어머니와 마지막 통화였다”고 비통해했다.
B씨는 “이후 동생이 어머니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를 했다. 핸드폰으로 위치를 추적해보니 사고 지점보다 10km 떨어진 한 아파트에서 감지돼 안도했는데, 사고를 당할 줄은 몰랐다”고 황망해했다.
유족들은 박씨가 고령에도 꾸준히 일을 나갈 만큼 생활력이 강한 분이라고 했다. 박씨의 며느리인 C씨는 “남은 노후를 풍족하게 보낼 만큼 금전적 사정도 문제가 없었음에도 열심히 일을 나갔다”고 말했다. B씨도 “‘놀면 뭐하냐’는 말을 자주하던 분이셨다”며 “일해서 번 돈으로 손주들에게 용돈도 줄 만큼 자식들에 대한 애착이 컸다. 대학 시절에도 등록금을 대기 위해 청소일도 하셨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정도로 자식들에게 사랑이 넘쳤던 분인데, 아이들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있다”고 말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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