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시드로 윔블던 정상…본드로우쇼바의 기적
대회 첫 ‘랭킹 40위대 챔프’ 역사
길었던 부상 악몽 딛고 재기 시동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42위·체코)가 ‘아랍 테니스의 봄’을 꿈꾸던 온스 자베르(6위·튀니지)를 물리치고 ‘논시드의 기적’을 만들었다. 2번의 큰 부상을 딛고 다시 일어선 본드로우쇼바가 윔블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본드로우쇼바는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자베르를 2-0(6-4 6-4)으로 완파하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세계 랭킹 40위대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선정이 시작된 1975년 이후 본드로우쇼바가 처음이다. 이뿐만 아니라 상위 32명에게 주는 시드를 받지 못한 ‘논시드’ 선수가 윔블던 여자 단식을 제패한 것 역시 본드로우쇼바가 최초다.
반면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에서 준우승했던 자베르는 또 한 번 고개를 숙이며 아랍 선수 최초의 메이저대회 여자 단식 우승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본드로우쇼바는 화려한 문신으로 눈길을 끈다. 그중에서도 오른쪽 팔꿈치 부근에 새겨져 있는 ‘비를 맞아야 꽃이 핀다(No Rain, No Flowers)’는 문구는 본드로우쇼바의 테니스 인생을 함축한다. 1999년생 본드로우쇼바는 2019년 20세 나이로 프랑스오픈 결승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애슐리 바티(호주·은퇴)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앞길에 탄탄대로가 펼쳐진 듯 보였다. 하지만 왼쪽 손목에 큰 부상을 입어 그해 하반기에는 대회 출전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후 부상에서 회복해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오사카 나오미를 꺾는 등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올랐다. 벨린다 벤치치(14위·스위스)에게 패해 은메달에 그쳤지만 부활에 성공하며 다시 청신호를 켰다. 그런데 또 왼쪽 손목에 탈이 났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올해 호주오픈에서 3회전, 프랑스오픈에서 2회전 진출에 그쳤던 본드로우쇼바를 주목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결승까지 총 7경기 동안 시드를 받은 선수를 5번 만나 모두 이겼다. 특히 끌려가는 경기를 끝까지 버텨 역전승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제시카 페굴라(4위·미국)와의 8강전에서는 1세트를 내주고 2세트도 1-4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으나 이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경기를 뒤집었다. 자베르와의 결승전에서도 1~2세트 모두 먼저 브레이크를 당했지만, 끝까지 버텨 실책이 많았던 자베르의 자멸을 이끌어냈다.
본드로우쇼바는 “지난해 윔블던에는 손목 수술을 받고 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우승을 해 믿기지 않는다”며 “올해 내가 우승하면 코치가 윔블던 배지 문신을 새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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