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창문 깨고 나가래…” 24살 다급한 한마디 남기고

곽진산 2023. 7. 16. 22: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결혼한 지 두달 된 조카입니다. 임용시험 치르는 처남을 시험장에 데려다준다고 아침 일찍 나가더니."

그의 조카가 탄 747번 버스는 폭우로 통제된 기존 노선을 피해 사고 지하차도로 진입했다.

조카는 먼저 오송역에 도착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한다"고 다급하게 전한 말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3 폭우]오송 지하차도 참사 안타까운 사연들
처음 발견된 희생자 결혼 두달 새신랑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혼한 지 두달 된 조카입니다. 임용시험 치르는 처남을 시험장에 데려다준다고 아침 일찍 나가더니….”

16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하나병원 장례식장.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아무개(30)씨의 외삼촌(50)은 “억울하고 원망스럽다”고 거듭 말했다. 김씨는 지난 15일 지하차도 사고 현장에서 처음 발견된 희생자다.

숨진 김씨는 결혼식을 올린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신랑이었다. 어린 나이에 홀어머니를 모시면서 교사의 꿈을 이뤘다고 한다. 사고 당일 임용시험을 보러 가는 처남을 시험장에 데려다주려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변을 당했다.

물이 차오르자 차량 지붕에 올라갔지만 수영을 할 줄 아는 처남은 살아남고, 김씨는 흙탕물에 휩쓸려 돌아오지 못했다. 김씨 외삼촌은 이번 사고를 “명백한 인재”라고 했다.

그는 “구청이나 도청에선 자연재해라고 말하는데,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다. 순리대로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 억울하다. 누구한테 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는 현실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실종자의 외삼촌 이아무개(49)씨도 갑작스러운 참사에 할 말을 잃은 듯했다. 힘겹게 말을 꺼낸 그는 “조카(24)가 최근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어제가 쉬는 날이라 친구와 넷이 놀러 가기로 했다더라. 친구 2명은 (전남 여수에) 먼저 도착했는데 뒤따라 버스를 타고 가던 조카랑 다른 친구는 사고에 휘말려 못 빠져나왔다”고 했다.

그의 조카가 탄 747번 버스는 폭우로 통제된 기존 노선을 피해 사고 지하차도로 진입했다. 조카는 먼저 오송역에 도착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한다”고 다급하게 전한 말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같은 버스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70대 여성의 사위는 “장모님이 원래는 이 버스를 안 타셨는데 목적지에 좀 더 빨리 갈 수 있어서 버스에 타신 것 같다”며 탄식했다.

또 다른 실종자의 사위 박대규씨는 “아내가 장모님이랑 연락이 안 되니까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해보니까 같이 갔던 일행이 지하차도에서 마지막 신호가 떴다”고 흐느꼈다. 며느리를 통해 사고 소식을 들은 또 다른 실종자 가족 김아무개(74)씨는 “아들이 다른 사람 차를 타고 출근하는 길이었다고 했다”며 “시간이 너무 지났다. 에어포켓(산소가 남은 공간) 그런 것도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던데, 완전히 절망적”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수습이 시작되자 “신원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현장에선 불가능하다’는 말에 발만 동동 굴렀다. 신원 확인이 가능한 병원과 주검이 안치되는 병원의 장소가 달라, 실종자 가족들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오송/곽진산 기자, 김가윤 기자 kjs@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