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힘들지? 우리가 도와줄게”...중국으로 쏟아지는 ‘오일머니’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3. 7. 1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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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중동 대중투자 급증”
전년대비 1000% 이상 늘어
中과 경제밀착에 美 심기 불편
‘군사협력 강화 우려’ 제기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월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해 관리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인권·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불화를 겪은 중동 국가들이 역내 유력한 새 파트너 국가로 떠오른 중국에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사우디와 이란의 적대 관계를 종식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한 중국과의 경제적 밀착으로 미국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모습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국가 기업들의 중국 내 사업 인수·투자 평가액은 전년 대비 1000% 이상 급증한 53억 달러(6조 7000억 원)로 집계됐다. 현재 거래 추세로 볼 때 평가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 직전이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특히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한 뒤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양국의 경제협력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지난 3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중국의 정유회사 룽성석유화학의 지분 10%를 위안화로 사들였다. 총 36억 달러(약 4조 5000억 원)에 해당하는 거래였다. 아울러 지난달 중국과 사우디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대규모 비즈니스 콘퍼런스를 열어 총 100억 달러(약 12조 7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데도 성공했다. 최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우리는 그들(중국)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며 중국과의 경제 밀착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UAE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총 자산이 2800억 달러에 달하는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대중 투자를 위해 중국 내 사업을 강화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무바달라의 대변인은 블룸버그에 “우리는 장기적인 전략에 부합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유망한 기회를 계속 찾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사우디의 공공투자기금(PIF)과 함께 하반기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둔 세계 3위의 중국 농업기술기업 ‘신젠타’의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을 이전에 공모주 일부를 배정받는 투자자다.

중동이 ‘오일 머니’로 중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을 믿지 못하게 된 탓이 크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지난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사우디 당국의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악화되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10월엔 감산을 늦춰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고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에서 감산 강행을 주도하며 맞불을 놨다. 당시 미국에서는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검토해야한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UAE의 경우 2022년 1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수도 아부다비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이후에도 미국이 군사 원조를 지연하면서 관계가 악화됐다. 지난 5월엔 이란의 유조선 압류를 방지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해상 순찰 활동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우방국들과 마찰을 빚는 사이를 틈타 중국은 중동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UAE는 2021년 말 미국 F-35 스텔스기 구매 협상을 중단시킨 이후 올해 2월 중국산 훈련기 L-15 12대를 수입했다. 이어 중국은 지난 3월 오랫동안 반목해왔던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정상화를 중재하며 역내 유력한 파트너 국가로 떠올랐다. 사우디와 UAE로서는 못미더운 우방국인 미국을 대체할 파트너 국가로 중국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사우디의 한 고위 관리는 블룸버그에 “자국은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파트너로 보지 않기 때문에 역내 긴장을 완화하고 협력할 다른 파트너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UAE의 한 관리도 “미국이 덜 관여할 수록 중국을 위한 공간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에서 중국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동 내 무기 거래에서도 중국의 지분이 커지면서 중국과 중동이 경제 부문을 넘어서 군사 부문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미국 중부사령부는 최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사우디·UAE에 대한 중국의 무기 판매액이 80% 증가한 반면 미국의 판매액은 30% 급감했다고 밝혔다. 마이클 쿠릴라 미 중부군사령관은 최근 미 의회 증언을 통해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의 통합과 중국의 중동 지역 침투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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