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열심히 일해 국익에 기여한 외국인, 파격적인 비자 전환 우선 고려할 것”
강연 후 사인·기념 촬영 요청
기업인들 길게 줄서는 ‘진풍경’
총선 출마엔 “지금 일에 최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이 지난 15일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우리나라에 기여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라고 추천하면 숙련기능인력(E-7-4)으로 파격적인 전환을 하는 데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경제성장을 이끄는 법무행정과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기업의 방침에 맞춰서 열심히 일하고 대한민국에 잘 적응할 경우 E-7-4로 승격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부는 문재인 정부 말기 1000명에 불과했던 E-7-4 비자 쿼터(할당)를 3만5000명 수준으로 늘리고 비자 취득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유효기간이 최장 4년10개월인 비전문취업(E-9) 비자와 달리 E-7-4 비자로 전환되면 체류기간 등에 제한이 없어진다. 중장기적으로는 고소득 이공계 인재를 대상으로 문호를 더 개방하겠다고도 했다. 한 장관은 “대한민국은 SK하이닉스의 나라, 삼성전자의 나라인데 정보기술(IT) 인력이 왜 안 들어오느냐”며 “유능한 분, 검증된 분에게 파격적으로 (혜택을)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인재를 쟁탈하는 전쟁이 이미 세계 국가들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비자 정책은 평등이나 공정의 영역이 아니고 국익의 영역이다. 부정부패가 아니면 얼마든지 파격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미국에서 탄생한 유니콘 기업 87곳 중 44곳을 이민자가 창업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 장관은 한국 경제의 발전 요인으로 이승만 정부 당시 단행한 농지개혁을 꼽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1950년 농지개혁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된 가장 결정적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지개혁은 이승만 대통령과 조봉암 농림부 장관이 설계하고 시행한 것이었다”며 “과거 공산주의 활동까지 했었던 그(조봉암)와 함께 농지개혁을 이뤘다는 것은 결정적으로 장면을 빛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강연 후 취재진과 만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벌인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불복과 관련해 “적절한 시점에 제가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달 20일 엘리엇 측의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가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 사건의 판정 취소 소송 제기 기한은 이달 18일까지다.
강연장 앞은 한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거나 사인을 받으려는 기업인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강의 도중 한 장관의 발언을 듣던 청중들 사이에서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 장관은 내년 4월 총선 출마설에 대해 “저는 지금 이런 일을 열심히 잘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제주 |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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