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코로나·인플레 상황서 34조원 ‘횡재이익’ 거뒀다
장혜영 의원, 국내 45곳 대상 분석
지난 2년간 이익 30% 이상 급증
내구 소비재·석유·금융업 등 주도
액수 현대차, 증가율 에쓰오일 1위
“시장 지배력으로 인플레 부추겨”
횡재이익(Windfall Profit)
시장의 극단적인 변동이나 다른 운 좋은 상황이 맞물려 기업이나 개인이 예상보다 큰 규모로 벌어들인 이익을 말한다. 영어 ‘Windfall Profit’은 ‘바람에 떨어진 과실’에서 유래했다.
코로나19 위기와 글로벌 물가 급등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2년 동안 30조원이 넘는 ‘횡재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가스나 기타 원자재 등 인플레이션을 주도한 산업군의 이익이 큰 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시장 지배력을 가진 대기업이 물가 상승을 틈타 이윤을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횡재이익은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기업 탐욕에 따른 물가 상승)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포브스 글로벌 2000’에 속한 45곳의 국내 대기업이 2021~2022년 벌어들인 횡재이익은 288억달러(약 34조원)에 육박했다. 분석 결과 이들 기업은 지난 2년 동안 2017~2020년 대비 30% 이상 높은 이익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포브스 글로벌 2000은 포브스가 매해 발표하는 세계 상위 2000개 글로벌 대기업 목록을 말한다.
앞서 지난 6일 국제구호기구 옥스팜과 액션에이드는 포브스 글로벌 2000에 속한 기업 722곳이 지난 2년간 매년 1조달러 이상의 횡재이익을 얻었다고 공개한 바 있는데, 같은 기준에 따라 국내 기업만 추려 분석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 옥스팜 등은 2017~2020년 연평균 이익의 10%를 초과한 이익을 횡재이익으로 규정했다.
연도별로 보면 국내 45개 대기업은 2021년에는 247억달러(약 28조원), 2022년에는 41억달러(약 5조원)의 횡재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2017~2020년 연평균 총 이익은 713억달러였는데 2021년과 2022년에는 평균 928억달러를 벌어들이며 이익이 30%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37개 회사는 이익이 늘었고 8개 회사는 감소했다.
2년간 가장 많은 횡재이익을 본 기업은 현대자동차였다. 횡재이익 규모는 70억달러(약 8조원)에 달했다. 이외 포스코가 45억달러(약 5조1000억원), LG화학이 26억달러(약 3조원), 에쓰오일(S-OIL) 25억달러(2조9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익 증가율은 에쓰오일이 독보적이었는데, 2017~2020년 연평균 7000만달러(약 800억원) 적자를 보다가 지난 2년간 연평균 12억4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산업별로 보면 원자재와 내구 소비재, 은행, 금융업 4개 산업의 횡재이익이 전체의 68.5%를 차지했다. 이익 증가율로 보면 석유·가스(108%), 내구재(100%) 등 지난해 물가 상승을 주도한 품목 기업이 두드러졌다. 석유·가스를 제외한 원자재의 경우 이익이 184% 급증했다.
장혜영 의원은 “물가 상승을 견인했던 산업군에 속한 기업의 횡재이익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대기업이 가격을 높게 책정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했다고 볼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더 높은 이윤을 벌어들이는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