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해 가까스로 대피”…“아무도 지하차도 진입 막지 않았다”

신지수 2023. 7. 1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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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은 차량들 블랙박스에도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어떤 차는, 물이 차오르는 지하차도에서 속도를 높여 간신히 빠져 나오기도 했고, 또 어떤 차는, 방향을 거꾸로 돌려 '역주행' 으로 탈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갇혔던 차들은, 아직도 그 지하차도에 남아 있습니다.

신지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쏟아지는 비를 뚫으며 차량이 지하차도로 들어갑니다.

평소 출근하던 길이 산사태 등으로 통제돼 우회하던 길이었습니다.

[박종선/당시 지하차도 운전자 : "산사태가 발생돼서 그쪽이 막혀있어서 다른 쪽으로 갔더니 다른쪽도 침수돼있어서 거기가 '마지막으로 가자' 해서 갔는데..."]

4시간 전 내려진 홍수 경보에도, 우회 공지도, 도로 통제도 없던 지하차도.

그렇게 지하차도 출구에 다다를때쯤, 갑자기 흙탕물이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박종선/당시 지하차도 운전자 : "우측 하수도가 역류하는게 보였고, 좌측에서 물이 치고 들어오길래 '아 이제 큰일 났구나'..."]

속도를 높여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지하차도에 진입한 또 다른 차량.

출구는 아직 저 앞인데, 물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어우 물 차는데..."]

위험을 감지한 운전자는 차를 돌려 역주행을 선택합니다.

주변 차량들에도 다급하게 상황을 알립니다.

["물 차 물 차!! 사장님 (차) 빼빼!!"]

차도를 빠져나가는 내내 이 운전자는 절박하게 외쳐보지만...

["차 돌리셔, 물 차!! 물이 차올라요, 차올라. 돌리셔야 돼..."]

영문도 모른 채 지하차도로 들어서는 다른 차량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현장을 벗어나면서 119 신고도 해 봤지만, 급박한 상황에 비해 구조 손길은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당시 목격자/음성변조 : "시간 지체가 됐는데도 그때도 뭐 별다른 뭐 사이렌 소리도 못 들었으니까..."]

운전자가 경고 문자를 확인한 건 이미 해당 지하차도가 물로 가득 찬 뒤였습니다.

[당시 목격자/음성변조 : "47분에 왔네요. '금강, 미호강, 조천 등 수위 상승으로 자연 배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천변 접근을 금지하시기 바랍니다'. 그러기 전에 제가 벗어났으니까..."]

한 순간에 생과 사의 갈림길을 건너온 운전자들.

미리 도로 통제만 했어도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 했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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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수 기자 (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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