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 데려다주다 참변 초등교사… “초등생들 조문와 먹먹” [전국 '물폭탄']
이모부 “우리 조카는 좋은 선생님”
당국 향해 “누가 죽어야 대책 마련”
747번 버스 탔다 숨진 요양보호사
유족 “평소와 다른 길 이동했는데
왜 지하차도는 통제 안 했나 의문”
“낮에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이 조문을 왔습니다. 우리 조카가 올바르게 살았고 올바르게 가르친 것 같습니다.”
김씨는 전날 임용고시를 보는 처남을 데려다주던 길에 지하차도에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자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실종됐던 김씨는 발견된 뒤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유족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른 죽음에 이번 사고는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씨는 “아마 다음 집중호우 때부터 통행을 통제하겠지만, 이태원 압사 참사처럼 꼭 누가 죽어야만 대책이 마련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전날 충북도 고위공무원이 와서 지하차도를 2019년 개통한 이래 그간 사고가 없어서 통제를 안 했다더라”며 “미호강 지하차도 거리가 600여m에 불과하고 물이 3∼4분 만에 다 찼는데 통행을 차단할 만큼 물이 차지 않았다고만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지하차도 앞뒤로 경찰차 한 대씩만 있어도 막을 수 있던 사고를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애타는 실종자 가족들 집중호우로 미호강이 범람하며 최소 차량 15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인근에서 16일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현장을 애타게 지켜보고 있다. 청주=뉴시스 |
김씨의 동생은 “사고가 나기 직전 누님이 매형에게 전화해 ‘버스에 물이 차오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당황해했다고 했다”며 “매형이 어떻게든 창문을 깨고 나오라고 했는데 결국 버스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그는 “매형이 전화 통화하는 중에도 창문을 깨려는 듯 탕탕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했다”며 “누님의 팔꿈치나 팔다리가 온통 멍이었다고 했다”고 먹먹해했다.
전날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현재까지 발견된 사망자는 이날 오후 7시 기준 총 9명이다. 여성 6명, 남성 3명으로 빈소는 청주시 내 하나병원, 성모병원, 충북대병원에 나눠 마련됐다. 9번째 희생자가 신원 확인을 위해 하나병원으로 이송되자 가족 얼굴에는 초조함이 역력했다. 오후 2시20분쯤 병원으로 구급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지 않고 들어오자, 빨간색 응급실 간판 아래서 실종자 가족 10명가량이 이를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구급차 뒷문이 열리고 구급대원들이 파란색 천으로 싸인 들것을 들고 내리자 가족 중 한 명은 “엄마!”라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구급대원들이 신속하게 들것을 응급실 안으로 들고 가자, 가족들은 오열하면서 그 뒤를 따랐다.
아직 수색 중인 실종자 가족은 눈물도 흘리지 못했다. 이들은 소방당국이 1·2차 검안 병원으로 지정한 여전히 하나병원에서 발견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구급차가 올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응급실 주변을 서성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인한 실종자는 총 9명이다.
청주=박유빈·윤준호·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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