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나라’ 이란, 가짜 술 마신 후 사망사고 급증

손우성 기자 2023. 7. 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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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제조 ‘메탄올 중독’ 3개월 새 31명…“억압적 율법 탓”

법으로 음주를 금지하는 이란에서 ‘가짜 술’을 제조해 마시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활동하는 유명 예술가 호스로 하산자데는 자신이 직접 만든 술을 마신 지 몇 시간 만에 시력을 잃었다. 하산자데는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사인은 메탄올 중독이었다. 메탄올과 증류수, 건포도 등을 섞어 만든 가짜 술이 문제가 됐다.

하산자데가 가짜 술을 제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현행법 때문이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술을 마시는 행위는 물론 제조와 유통, 판매를 모두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80대의 태형과 벌금형에 처한다.

그가 사망하자 이란 시민사회는 분노했다. 하산자데는 평소 이란 노동자와 여성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영국 대영박물관이 그의 작품을 소개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란 정부의 폭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예술가들은 하산자데 사망 소식에 성명을 내고 “그는 분명히 종교 권위주의의 희생자”라며 “이란 정부가 그를 죽였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 보건당국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최소 309명이 메탄올 중독으로 입원했고, 이 가운데 31명이 숨졌다. 이란 법의학회는 지난해 가짜 술 복용으로 사망한 사람이 644명으로, 2021년보다 30%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강력한 처벌 탓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짜 술 사망자가 늘어난 정확한 이유에 대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역사적으로 술을 사랑했던 페르시아 민족의 후예인 이란인들의 본능을 이란 당국이 지나치게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가짜 술 사망 사건은 이슬람 공화국(이란)의 종교 규칙이 얼마나 일반 시민을 억압하고 개인 생활에 개입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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