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그룹에 새 리더 제안…푸틴의 이간계 통할까
바그너 부대원들, 반란 실패 3주 만에 벨라루스 국경 넘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대신해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을 이끌 ‘새 수장’을 직접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너 그룹이 자신의 통제하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프리고진과 그룹 지휘부의 ‘분열’을 의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푸틴 대통령이 무장 반란 닷새 후인 지난달 29일 프리고진 등 바그너의 고위급 사령관 35명을 크렘린궁으로 불러 바그너 그룹의 임원이자 대령 출신인 안드레이 트로셰프를 바그너 그룹의 새 지도자로 지목했다고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회색 머리’라는 뜻의 콜사인 ‘세도이’로 불리는 트로셰프의 지휘 아래 바그너 그룹이 단일 부대로 전투를 지속할 것을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코메르산트 기자에게 “용병들은 한데 모여 복무를 이어갈 수 있고, 그렇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며 “늘 그들의 진정한 상관이었던 인물이 그들을 계속 이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그 말을 하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덧붙였다. 다만 프리고진은 자신의 면전에서 ‘새 수장’을 언급한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용병들이 반대할 것”이라며 동의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목한 트로셰프는 아프가니스탄과 체첸, 시리아 전쟁 등을 경험한 지휘관으로 바그너 그룹의 창립 멤버 가운데 한 명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옛 소련 시절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간 복무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두 차례 붉은별 훈장을 받았다. 옛 소련 몰락 후에는 러시아 내무부 소속 특수부대(SOBR)에서 사령관으로 복무했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후 바그너 그룹의 일원으로 현지에 파견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리아 내전 참여로 2016년 러시아 최고 훈장인 영웅 훈장을 받았고, 동시에 유럽연합(EU)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EU의 제재 명단에는 그가 1953년생으로 기록돼 있지만 러시아 매체 등에 따르면 그는 1962년생이다.
전문가들과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다라 마시콧은 “푸틴이 바그너 그룹을 언제든지 불법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바그너 그룹과 프리고진을 분리시키려는 것”이라며 “푸틴은 여전히 바그너 그룹이 필요하지만, 프리고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CNN은 “무장 반란 실패 후 크렘린궁이 펼치고 있는 홍보 공세의 핵심은 푸틴이 모든 것을 확실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푸틴은 러시아 대중에게 ‘좋은 바그너(용병들)’ 대 ‘나쁜 바그너(프리고진)’라는 새로운 내러티브를 퍼뜨리고 있다”고 짚었다. AP통신도 “푸틴의 발언은 프리고진을 폄하하는 동시에 바그너 용병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그들의 충성심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무장 반란 실패 후 약 3주 만에 바그너 그룹 부대원들이 벨라루스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일부 바그너 용병 부대가 15일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국경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밝혔다. 벨라루스에서 무장세력의 움직임을 추적해온 독립 모니터링 그룹 ‘벨라루스키 하준’ 역시 용병들을 태운 최소 60대의 트럭과 버스가 이날 벨라루스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전날 벨라루스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 일부 용병들이 자국군의 군사 교육을 하고 있다며 이들이 교관으로 참여하는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무장 반란 당시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 정부를 중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에 벨라루스에 머물며 자국군을 훈련시켜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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