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라’ 들리더니 빗물 들이닥쳐…90대 노모와 창문으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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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놀라 아무 말이 안 나와요. 집이 통째로 사라졌는데 이제 어찌 살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에서 만난 전모 씨(63·여)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임시 주거시설에서 이들을 돕던 예천군 관계자는 "전 씨가 밤새 트라우마 때문에 울기만 하고 잠도 못 잤다"고 했다.
전북 익산시 용안면 마을 10곳의 주민 350여 명은 용안초등학교 등 인근 임시시설로 대피해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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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놀라 아무 말이 안 나와요. 집이 통째로 사라졌는데 이제 어찌 살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에서 만난 전모 씨(63·여)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예천군 감천면 천향2리에 사는 전 씨 부부는 전날(15일) 새벽 땅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놀라 집 밖으로 대피했다. 전 씨 부부가 몸을 피한지 얼마 안 지나 토사가 집을 덮쳤다. 임시 주거시설에서 이들을 돕던 예천군 관계자는 “전 씨가 밤새 트라우마 때문에 울기만 하고 잠도 못 잤다”고 했다.
●도시락으로 끼니 때우며 복구 기다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이날 오후 6시 현재 전국 14개 시도에서 총 5125세대 885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중 5541명은 인근 체육관 문화센터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임시 시설에 머물며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산사태 피해가 큰 예천군에선 임시 주거시설에 지은 텐트 26채에 이재민 35명이 머물고 있다. 비가 추가로 예보되고 있고, 복구 작업도 제대로 시작되지 못해 언제 임시시설 생활이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텐트에 누워 있던 A 씨(74·여)는 “하루 세 끼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군에서 제공하는 차량을 타고 20분 정도 이동해 마을 축사에 있는 소 사료를 겨우 챙기고 왔다”고 했다.
주마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와 불어난 계곡물이 한꺼번에 덮친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는 전기와 물이 끊겨 주민 상당수가 15일부터 마을 노인회관에 머물고 있다. 이모 씨(82·여)는 “무릎도 성치 않은데 빨리 나오라는 마을 주민을 따라 기다시피 하면서 겨우 집을 나왔다”고 했다.
● 제방 붕괴 우려에 대피소서 뜬눈 밤샘
전북 익산시 용안면 마을 10곳의 주민 350여 명은 용안초등학교 등 인근 임시시설로 대피해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최고 500㎜에 이르는 비로 대청댐의 방류량이 늘면서 금강의 지류인 산북천 제방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익산시는 15일 오후 3시반경 제방에서 물이 새는 것을 확인하고 응급 복구에 착수한 뒤 오후 10시에는 주민 대피를 권고했다. 이어 16일 오전 6시경 ‘대피권고’를 ‘대피명령’으로 전환했다.
임시 대피시설에서 물바다로 변한 논과 밭을 바라보던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용안초교에 머물고 있는 조형자 씨(64)는 “40년 동안 살았는데, 대피를 해본 것은 처음”이라며 “논과 밭은 이미 물에 잠겼는데, 더는 피해가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모 씨(63)는 “농기계만 높은 곳으로 옮겨놓고 겨우 대피소로 왔다”며 “제방이 무너지면 모든 걸 잃게 되는데, 애가 타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임시시설에선 지자체 공무원과 마을 부녀회원, 의용소방대원들이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도왔다. 한 부녀회원은 “여기 모인 대부분이 마을에서 함께 웃고 울던 분들이라 내가 수해를 당한 기분”이라며 “하루 빨리 폭우 피해가 복구되면 좋겠다”고 했다. 16일 오후 3시 15분 여수시 돌산읍의 한 요양병원에서더 산사태로 토사가 밀려들어오면서 입소자 54명, 종사자 12명 등 총 66명이 대피했다.
익산=박영민기자 minpress@donga.com
예천=도영진기자 0jin2@donga.com
예천=최원영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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