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남성 요인도 절반… ‘몸짱’ 목적 남성호르몬제 복용 주의”

정진수 2023. 7. 1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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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강남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남성난임 10년 새 2배 이상 늘어나
정계정맥류·정관 형성 문제 등 원인
무정자증은 실제로 10% 이하 불과
임신 준비 땐 스테로이드 등 피해야

“난임의 원인을 보면 여성 단독 요인이 40%, 남성 단독 요인이 20%, 남성과 여성 모두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30∼40%를 차지합니다. 남성의 요인이 난임 원인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난임의 원인을 여성 탓으로 돌리거나 ‘성 기능 불구’라는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해서 병원 방문을 꺼리는 남성이 많은데, 남성난임 검사는 여성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도 더 작은 만큼 남성의 난임 요인을 먼저 평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난임’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여성부터 떠올리지만 실제 난임의 원인 제공에는 남녀가 비슷하게 작용한다. 최근에는 인식의 변화로 병원을 찾는 남성 환자의 수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남성난임(N46)은 2012년 4만1979명에서 지난해 8만658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강남차병원 비뇨의학과 김동석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험관 시대에는 정자 하나만 있으면 해결된다고 말할 정도로 난임 치료는 이전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임신 계획 시 지나치게 과한 운동이나 비만, 남성호르몬제 복용, 음주, 흡연을 피하고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난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후 1년 이상 자연임신 시도에도 임신이 안 될 경우 남성과 여성 모두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남차병원 제공
강남차병원 비뇨의학과 김동석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성의 난임 치료와 관련해 “시험관 시대에는 정자 하나만 있으면 해결된다고 말할 정도로 이전보다 임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하며 적극적인 치료를 당부했다.

난임은 1년 이상(만 35세 이상 여성은 6개월 이상) 자연임신 시도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이른다.

남성의 난임 검사는 크게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 정액 검사로 이뤄진다. 병력 청취는 암이나 성병, 직업적 원인으로 인한 요인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신체검사를 통해서는 정계정맥류나 정자의 ‘이동 통로’인 정관의 형성 문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정액 검사는 정자의 양, 운동성, 모양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액 검사의 정상기준치를 ‘정액 1.5㏄ 이상, 1㏄당 정자 1500만개 이상, 40% 이상의 운동성, 완전한 정상 모양 4% 이상’으로 규정한다.

김 교수는 “난임의 원인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질환으로 정자 생성에 문제가 있거나 △고환 기능이 떨어지거나 △고환은 괜찮은데 ‘이동 통로’ 막힘으로 인해 배출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며 “정계정맥류나 배출로 인한 문제의 경우 수술을 통해 자연임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남성난임의 30%를 차지하는 ‘정계정맥류’. 정계정맥류는 하지정맥류처럼 역류로 인해 혈관이 팽창해 늘어난 것이다. 고환은 통상 체온보다 2∼3도 낮게 유지돼야 하는데, 늘어난 혈관이 고환과 맞닿아 온도를 높이면서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고 난임을 유발한다.

남성난임의 ‘상징’ 같은 ‘무정자증’은 실제로는 난임에서 10% 이하에 불과하다. 무정자증은 고환에서 정자가 만들어지지 않거나(비폐쇄성), 만들어졌지만 통로가 막히면서(폐쇄성) 정액 내에 정자가 아예 없는 상태를 말한다. 무정자증의 40% 정도가 폐쇄성이다.

김 교수는 “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막힌 길의 우회로를 만들어 주는 ‘정관 부고환 문합술’을 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고환을 열어서 정자를 직접 꺼낼(고환조직정자채취술·TESE)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성숙한 정자’의 채취가 관건이다. 과거에는 비성숙한 정자(원형정자)도 ‘정자 채취’에 포함하기도 했지만 임신 가능성이 낮기에 ‘성숙 정자’ 채취만 취급한다.

김 교수는 “일반인의 경우 어디에서건 정자 채취가 가능하지만 비폐쇄성 무정자증으로 고환 기능이 떨어진 남성의 경우 채취할 수 있는 정자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며 “이런 경우 미세다중(Micro) TESE로 현미경으로 보면서 직접 정자가 있을 만한 곳을 파악해 채취할 정도로 정교하게 채취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여전히 난임의 30% 정도는 원인 미상이다. 호르몬 분비 이상, 환경호르몬 노출, 흡연, 음주, 스트레스, 비만 등 다양한 원인을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몸짱’에 대한 욕심도 난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 단순히 운동을 열심히 하는 차원을 넘어 스테로이드나 남성호르몬을 맞는 경우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뇌하수체 호르몬이 ‘남성호르몬 분비가 과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자 형성, 숫자, 운동성과 모양 모두 저하돼 무정자증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남성호르몬이니까 정자 형성에 좋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할 수 있지만 착각”이라며 “남성호르몬 촉진 호르몬이 떨어지는 만큼 임신을 생각하면 남성호르몬 복용을 피해야 한다. 약을 끊으면 평균 6개월 정도면 회복하지만 늦어지면 최대 2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임신 준비를 위해서는 3∼6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남성의 생식세포는 3회 이상의 유사분열과 2회의 감수분열을 거치며 성숙 정자가 되는데, 성숙 정자까지 약 60∼70일이 소요되고, 이후 12∼21일간 부고환과 사정관을 거쳐 마지막 성숙 단계를 가진다. ‘새 정자’가 만들어지는 기간 동안 금주, 금연, 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만성적 알코올 섭취는 호르몬 영향을 주고 정자의 질 저하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과한 음주는 피해야 한다”며 “비만, 기름진 음식, 육류, 탄산음료 등도 피하는 것이 좋고 항산화제, 영양제 등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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