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충전’ 합류하는 완성차업체들… 현대차도 공유 고민 중

백소용 2023. 7. 1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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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규격 경쟁 새 국면
美정부 75억 달러 충전기 보조금 지급
독자노선 고집 ‘테슬라 방식’ 채택 늘어
포드·GM 이어 벤츠 등도 NACS로 변경
현대차, 그동안 대세였던 CCS방식 써 와
CCS, NACS보다 충전 속도 빠른 게 장점
일각 “테슬라 방식 글로벌 표준엔 한계”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 벌어지고 있는 충전 규격 경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충전 규격과 관계없이 독자 노선을 고집해 온 테슬라의 방식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채택하면서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경쟁하고 있는 현대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테슬라 슈퍼차저
◆‘테슬라 충전연합’에 합류하는 업체들

1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독자적으로 사용하던 충전 규격인 북미충전표준(NACS)을 미국 시장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먼저 NACS를 채택하겠다고 나선 곳은 완성차 업체 포드와 GM, 전기차 업체 리비안 등 미국 경쟁 기업들이다. 이어 스웨덴 볼보·폴스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까지 NACS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벤츠는 내년부터 미국에서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규격을 전면 채택하기로 했다. 아울러 폴크스바겐과 스텔란티스도 NACS 규격 채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여러 완성차 업체가 테슬라의 충전 방식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2026년까지 75억달러(약 9조5000억원)를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다. 여러 충전 규격을 지원하는 충전기를 설치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일찌감치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온 테슬라는 자사 전용 충전소인 ‘슈퍼차저’ 7500곳을 개방하기로 했고, 이에 다른 회사들이 동참한 것이다.

갤럭시와 아이폰이 각각 다른 스마트폰 충전 단자를 써 왔듯 전기차 충전 단자도 업체별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업체들이 급속충전 방식으로 채택해 온 결합충전방식(CCS)이 그동안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일본 업체들은 차데모(CHAdeMO) 방식, 중국 업체들은 GB/T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업체인 테슬라만 자체 개발한 NACS 규격을 고수해 왔다.

CCS를 사용하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대거 테슬라의 NACS 방식을 채택하면서 테슬라는 표준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경쟁력을 갖게 됐다. 테슬라 방식이 표준으로 통용되면 많은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충전 인프라를 이용한 안정적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도 테슬라 충전기 공유하나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충전 방식이 확산하면서 현대차그룹 역시 여기에 동참할지 고민 중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웨스트서식스에서 열린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행사에서 테슬라 충전기 공유에 대한 질문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봤는데 고객이 원하는 걸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테슬라 충전 방식 동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입장에서 한 발 진전된 것이다. 장 사장은 “고객에게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 고려해야 하며 테슬라 스탠더드에 맞춰 충전을 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충전 효율이 효과적으로 나오는지 검증해야 하고 테슬라도 우리를 도와줘야 할 것이 많이 있다”며 “고객에게 혜택이 되는 부분에서 최종적으로 충전연합에 가입할지 등을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NACS가 CCS 방식의 장점인 빠른 충전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대차가 채택한 CCS 방식은 800V 고전압을 이용해 빠르게 충전이 가능한데 NACS는 이보다 낮은 500V 전압을 활용하고 있다.
테슬라의 NACS가 미국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지만 글로벌 전기차 충전 표준 규격으로 자리 잡을 만큼 독주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 슈퍼차저를 사용하고, CCS 방식이 자리 잡은 다른 시장에서는 이 방식을 사용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혁신의 아이콘으로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테슬라가 충전 인프라까지 장악하면 실과 바늘을 모두 가진 셈이 된다”며 “다만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높은 중국이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유럽과 일본 시장에서도 각각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테슬라 방식이 미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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