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되풀이된 물난리 참변, 정부 재난대응체계 작동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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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사이 내린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큰 인명 피해가 났다.
강물이 넘쳐 지하차도가 잠기고 산이 무너져 내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6일 오후 6시 현재, 이번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37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하차도에는 차량 15대가량이 물에 잠겨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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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폭우]
주말 사이 내린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큰 인명 피해가 났다. 강물이 넘쳐 지하차도가 잠기고 산이 무너져 내렸다. 큰비가 내릴 것으로 뻔히 예상됐던 상황임에도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속수무책이었다.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사전 대피와 통제를 확실하게 하겠다”(한덕수 국무총리)던 정부의 공언이 무색했다. 죽음의 공포가 국민들을 덮칠 때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6일 오후 6시 현재, 이번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37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지역에서만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사전에 충분한 점검과 대피 안내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서는 지하차도가 침수돼 9명이 숨졌다. 지하차도에는 차량 15대가량이 물에 잠겨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인근 미호강에서 범람한 강물이 지하차도로 급속하게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특히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지방자치단체의 안이한 대처가 불러온 ‘인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금강홍수통제소는 15일 새벽 4시10분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변경해 발령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사고 2시간 전인 아침 6시31분에는 관할 구청인 청주시 흥덕구청에 교통 통제와 주민 대피의 필요성 등을 통보했다. 흥덕구청은 청주시에도 이 내용을 전했지만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충북도도 범람 위험이 크지 않다고 보고 교통 통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사전 대피와 통제”는 말뿐이었던 셈이다.
집중호우로 인한 참변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폭우로 경북 포항시 냉천이 넘치면서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주민 8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보다 한달 앞서 서울에서도 삽시간에 도시를 마비시킨 기습 폭우로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4명이 숨지는 등 하룻밤 사이에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지금 국지적 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 현상이 뉴노멀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동작구에는 하루 동안 무려 381.5㎜의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5년 만의 최고치였다. 2020년에는 역대 최장(54일)의 장마가 이어졌다.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해시태그가 퍼지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기상 현상의 불확실성이 극단적으로 커진 만큼, 기존의 관성적인 대응으로는 기후재난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
기상청은 이번 집중호우가 18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정부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산사태와 홍수 등 추가 피해를 막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을 이재민 지원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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