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하천 위험” 경보에도 무방비 4시간…9명 희생 키웠다

강정의·이삭 기자 2023. 7. 1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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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호우 - 오송 지하차도 참변
속절없는 버스…순식간에 덮치고, 잠겼다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이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순식간에 덮치고 있다(위 사진). 소방 및 경찰 관계자들이 호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또 ‘지하 사고’ 반복…진입 통제 없어 참담한 인재
금강홍수통제소 “충북도·청주시 등 70여개 기관 주의 통보”
지자체 “짧은 시간에 범람” “제방 부실” 핑계…네 탓 공방도

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겨 사망자 9명(16일 오후 10시 기준)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가 인재(人災)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도로 침수가 우려되었음에도 행정당국이 제때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졌기 때문이다.

16일 금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통제소는 지난 15일 오전 4시10분 홍수경보를 발령한 이후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 등에 “차량 통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홍수경보 발령 당시 “청주시 미호천교 지점의 수위가 계속 상승해 오전 5시쯤 수위표 기준 8m, 해발 기준 27.783m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결국 오전 8시40분쯤 미호천교 인근의 둑이 유실되면서 하천의 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충북도가 공개한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지하차도는 마치 배수구처럼 미호강에서 범람한 물을 빨아들였다.

거센 물길이 지하차도 입구를 덮쳤고, 지하차도 안에 있던 차량 15대는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길이 430m·높이 4.5m의 지하차도 터널은 2~3분 만에 물 6만t으로 가득 찼다. 사고가 발생한 궁평 제2지하차도는 미호천교와 직선거리로 불과 600m 거리에 있다.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지하차도 인근의 미호천 수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 홍수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한 후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 등 70~80개 기관에 주의토록 통보했다”며 “팩스와 긴급문자를 보낸 후 전화로도 담당자에게 ‘월류 우려가 있으니 차량 통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궁평 제2지하차도는 가까운 제방과 200m 남짓 떨어져 있는 데다 인근 논밭보다 지대가 낮아 침수사고가 예견된 곳이었다.

그러나 당국은 홍수경보가 내려진 후 4시간30여분이 지나도록 지하차도에 대한 차량 통제를 하지 않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당일 현장에서 구조된 A씨는 “침수를 예상해 지하차도 진입로를 막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왜 통제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호우(홍수)경보가 내리면 무조건 통제를 하는 것은 아니고, 일단은 도로 상황 등 전체적인 상황을 모니터링해 통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제방이 범람하면서 워낙 짧은 시간에 하천 물이 유입되다 보니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청주시 흥덕구도 제때 차량 통제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흥덕구 관계자는 “사고가 난 지하차도는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관할이어서 사업소 측이 교통통제를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인력을 파견하지 않았다. 만약 사업소 측에서 통제 요청이 있었다면 인력을 배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차도나 지하주차장 침수로 인한 인명 피해는 집중호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2020년 7월23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차량 7대가 불어난 물에 잠겨 3명이 숨졌고, 지난해 9월6일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폭우로 침수돼 7명이 사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020년 부산에서 지하차도 침수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지하차도 침수를 막기 위한 자동 차단시설 도입과 관련된 논의가 줄곧 이뤄져왔다”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러한 통제 시설들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강정의·이삭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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