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전자음악·재즈… 다양한 변주… 관객들 ‘벌써 끝났네’ 아쉬워할 것”

이강은 2023. 7. 1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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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세종문화회관서 ‘광광, 굉굉’ 선보이는 동갑내기 친구 황민왕·이일우·성시영
장르 벗어나 새로운 예술적 경험 제공
세종문화회관 ‘싱크넥스트’ 작품 중 하나
과거와 현재, 빛과 소리로 표현해 무대에
국악 기반한 실력파 음악인 세 친구 뭉쳐
“각자 분야서 유명한 친구들 동참 든든
이제 수준과 역량 증명할 때… 압박감도
국악과 다른 여러 음악 공존 증명할 것”

“우리가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이번 공연을 놓친 분들은 아마 후회하게 될 겁니다.”

세종문화회관이 기획한 올해 ‘싱크 넥스트’ 12개 작품 중 하나인 ‘광광, 굉굉’ 음악감독을 맡은 이일우(41)의 장담이다. 이일우는 국악기를 기반으로 한 5인조 밴드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진 ‘잠비나이’의 리더다. 공연(8월15일, 세종S씨어터)까지 한 달여 남은 지난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옆자리의 동갑내기 친구 성시영·황민왕과 감동적인 무대를 보여 주겠다고 자신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피리 연주자인 성시영은 국악기 중심의 음악 그룹 ‘나무’ 멤버와 하드 록 밴드 ‘49morphines’ 보컬로도 활동하며 이번 공연의 예술감독을 맡게 됐다. 중요무형문화재 남해안별신굿 이수자이기도 한 황민왕은 전통 연희에 기반을 두고 꾸준히 장르를 확장해 온 타악 연주자다. 국립극장의 여름음악축제인 올해 ‘여우락(樂) 페스티벌’에서 음악감독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국악을 기반으로 한 실력파 음악인이자 동갑내기 친구로 오랜만에 뭉친 황민왕(왼쪽부터)·이일우·성시영이 함께 공연할 ‘광광, 굉굉’ 포스터가 내걸린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들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김지현(생황)·윤지현(가야금), 미디어아티스트 윤제호와 손잡고 ‘광장’이라는 공간에 흐르는 과거와 현재를 빛과 소리로 표현한 무대를 선보인다. ‘광광, 굉굉’의 뜻을 묻자 이일우는 “‘광장’의 광, ‘광화문’의 광일 수도, 시끄러운 ‘굉음’의 굉이나 징 같은 금속 악기를 칠 때 나는 소리 ‘굉굉’의 굉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관객들이 (우리 공연을 보고) 해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낸 네 글자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셋이 한 무대에 오르는 건 두 번째다. 성시영은 “5∼6년 전쯤 어떤 축제의 야외 공연 출연자 중 한 팀으로 20분가량 짧게 공연한 적 있다”며 “이번처럼 우리만의 단독 공연을 하는 건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무슨 일이든) 과정이 즐거우면 결과가 잘 나오는데 예전에 잠깐 셋이 공연할 때도 즐겁게 작업하고 잘 통했던 기억이 떠올라 바로 이 친구들에게 연락했다”며 “(각자 분야에서) 유명하고 든든한 친구 둘이 동참해 줘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일우와 성시영은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전통예술원에서 함께 피리를 전공하고 학창 시절 록 밴드도 만든 죽마고우이다. 황민왕은 한예종 전통예술원 연희과를 나온 동기다. 그는 졸업 후 성시영과 음악 그룹 ‘나무’ 활동을 같이 하면서 친해져 자연스레 이일우와도 가깝게 어울렸다. 황민왕은 “동창회 같은 기분이 드는 공연이라고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우리 나이 때가 (수준과 역량을) 증명해야 되는 시기라 압박감이 있다”면서도 “서로 마음과 취향이 맞는 만큼 그 압박감을 이겨 내고 잘해 낼 것으로 본다”며 웃었다. 공연 시간 70분 동안 들려줄 곡은 5∼6개로 준비하고 있다.

이일우는 “곡마다 조금 호흡이 길어서 수가 적은데 관객들은 ‘벌써 공연이 끝났네’라고 아쉬워할 것”이라며 “국악기 사운드를 다양한 실험으로 표현하는 음악이라 관객에게 낯설 수 있지만 익숙해지고 감동받을 수 있도록 작업 중”이라고 했다. 공연에서는 가야금과 생황, 태평소, 양금, 각종 국악 타악기, 기타, 다양한 소리를 내고 변형하는 모듈러 신시사이저를 동원해 국악·전자음악·재즈 등 여러 장르를 혼합한 음악을 들려준다.

국악에 정체성을 둔 음악인으로서 각자의 음악적 지향점이 궁금했다. 이일우는 “전통음악(국악)을 잘 지키는 국악인은 많으니 나는 전통음악·악기가 다른 여러 음악·악기와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창작 활동과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황민왕은 “전통음악이 중요하긴 하나 그게 제 음악의 전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성시영은 “나는 일단 전통음악을 더 배워야 한다. 항상 전통음악이 기본이고 거기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각각 강조했다. 이어 세 친구는 “‘광광, 굉굉’은 일회성 공연이 아니라 계속 다듬어 나가면서 많은 관객이 찾는 양질의 작품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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