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한 비에 안전지대 없었다…지자체, 뒤늦게 대피명령
경북 피해 왜 컸나
사망 12명 중 취약지 밖 10명
산사태 우려 없던 곳들 참변
“온갖 기관서 문자만 70여통”
‘적극 대피 조치했어야’ 지적
경북에서는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가 컸다. 지자체별로 산사태 우려가 큰 곳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나 이번처럼 지역별로 짧은 시간 강하게 내리는 비에는 ‘안전지대’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예천·영주·봉화·문경 지역에서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사망자 중 지자체가 사망 원인을 ‘산사태(매몰)’로 파악한 경우는 12명(66.7%)이다. 이 중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북도와 각 시·군이 취약지역으로 지정한 4958곳 중 1곳(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서 발견됐다. 나머지 10명은 기존에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곳에 머물다 변을 당한 것이다.
산림보호법은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마다 산림당국의 기초조사와 자체 현장조사 등을 기준으로 산사태 위험이 큰 곳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지자체의 대응도 아쉽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시점부터 산사태 우려지역 주민에게 대피를 강하게 요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집계를 보면, 지난 13일 인명 피해가 집중된 예천·영주·봉화·문경 등 4개 지역에는 평균 약 25㎜의 비가 각각 내렸다. 이후 14일에는 전날의 5배가 넘는 128.9㎜가 지역별로 내렸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확인된 15일에도 평균 130㎜의 ‘물폭탄’이 떨어졌다. 경북도는 13일부터 산사태 취약지역과 인명 피해 우려지역 등에 대한 점검 및 위험 징후 시 사전 대피 조치를 취할 것을 각 지자체에 알렸다. 도는 15일 오전까지 도지사 명의의 특별지시사항을 4차례 내려보내 지자체장 중심의 상황 관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권고’ 수준에 그치다 보니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경북도는 사망과 실종 등이 속속 확인된 15일 오후 9시에야 산사태 위험 및 상습 침수지역 주민 등을 대상으로 ‘대피명령’을 발령했다.
주민 원순남씨(56·영주시 풍기읍)는 “군청이나 행정안전부 등 온갖 기관에서 온 문자가 70통이 넘는다”면서 “문자들이 경고의 의미는 있었지만 이제껏 비가 많이 와도 산사태가 난 적은 없어서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평소 산사태 우려가 없었던 곳에서 사상자가 대거 발생했다”며 “취약지역 지정 유무와 관계없이 비가 집중된 곳은 위험했던 만큼 관련 대책을 손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경열·김현수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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