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격 방문’ 윤 대통령, ‘자유 연대’ 각인 ‘러 리스크’ 과제로

유정인 기자 2023. 7. 16. 20: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6박8일의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 기간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발맞추고, 재건사업 거점이 될 폴란드와 손을 맞잡은 데 이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았다.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에 힘을 실으면서 정상 차원에서 재건 논의에 속도를 붙이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지원 행보와 한·일 정상회담 등으로 자유와 연대를 강조하는 ‘가치 외교’ 기조는 한층 선명해졌다. 한·미·일 대 북·중·러 등 신냉전 구도 강화 국면에서 한국 정부가 관리해야 할 러시아 리스크는 가중될 수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방문 이유를 두고 “몸소 현장을 확인할 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협력할지 명확히 식별이 가능하다”며 “정부의 가치 외교 실천 기조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현안에 긴밀히 연대한다는 점도 명분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순방 기간 내내 가치 공유국 간의 연대 강화를 강조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나토 정상회의에선 “이럴 때일수록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들이 더욱 굳게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 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를 내세우는 만큼 ‘자유진영’ 국가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국 정상이 국군 파병지가 아닌 전장에 연대 차원에서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드니프로강의 기적 이뤄질 것” 전후 재건 협력 밑그림

우크라 순방, ‘해외 인프라 수주 측면 기회’ 판단도 작용한 듯
윤 “사즉생 정신으로 연대를”…젤렌스키 “복구에 도움 필요”
양국 안보분야선 군수물자 지원·방위산업 협력 체계 구상도

이르핀 폭격 현장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의 이르핀 민가 폭격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재건 복구 분야에서도 큰 도움이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 회복 센터 건설 참여를 제안했다.

두 정상은 한국의 안보·인도·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기로 했다. 안보 분야에선 군수물자 지원을 확대하고 양국 간 방위산업 협력 체계를 구상하기로 했다. 다만 살상무기 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의 핵심 의제 중 하나를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분야에 맞췄다. 한·우크라 정상회담에선 1억달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한 인프라 건설 등 협력 사업, 파괴된 교육기관 재건 등을 언급하며 협력 방안과 범위를 좀 더 구체화했다. 향후 재건사업의 물류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폴란드와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손을 맞잡았다.

우크라이나 재건에 힘을 보태 ‘자유 연대’에 기여하겠다는 외교적 지향과 함께 해외 인프라 수주 측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거듭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며 “드니프로강의 기적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한 것도 전후 한국의 성공 사례를 재건 협력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순방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안보 질서에 보조를 맞추는 외교 기조는 재확인됐다. 나토와는 ‘한·나토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을 체결하며 협력 수위를 격상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재차 강조한 것에도 미국 등과의 ‘가치 연대’에 힘을 실으려는 뜻이 담겼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를 재확인했다. 국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국민 반대 여론이 높은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은 사실상 인정했다.

러시아 리스크 확대는 관리해야 할 과제다. 러시아의 맞대응 수위에 따라 대외정책 시험대가 계속될 수 있다. 살상용 무기 지원이라는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한·러관계 긴장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기조가 북·중·러 밀착으로 이어질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한·우크라 정상회담에서 이번 전쟁이 “러시아의 불법 침략”임을 명확히 하고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한층 강한 어조로 러시아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3월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 직전 동해상에 전략폭격기를 띄우고, 일·우크라 회담 당일에는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열도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반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한·우크라 정상회담 전 키이우 인근 부차의 민간인 학살 현장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집중됐던 민간인 거주지역 이르핀을 돌아봤다. 이어 키이우로 이동해 전사자 추모의 벽에 헌화한 뒤 정상회담과 대통령 부부 오찬 등 일정을 소화했다.

바르샤바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