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건희 ‘리투아 명품 쇼핑’, 이러려고 제2부속실 폐지했나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일정에 동행해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쇼핑’ 보도가 파장을 부르고 있다. 사실이라면 대통령 부인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처신이다.
리투아니아 현지 매체 ‘15min’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한국의 퍼스트레이디, 빌뉴스(리투아니아 수도)의 유명 상점에 방문하다’는 기사에서 “김 여사가 빌뉴스 시청광장 주변의 패션 부티크(명품 편집숍) 5곳을 모두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일행 16명 중 6명은 가게 바깥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다른 10명은 매장 안에 있었다”며 “다음날 한국 대표단이 다시 찾아와 추가로 물품을 구입했다. 물품과 액수는 기밀”이라고 했다.
이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은 16일 현재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가게 직원 안내로 방문한 것”이라면서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했다. 직원이 삼엄한 경호를 뚫고 대통령 부인을 호객했다는 것인가. 현지 매체가 인터뷰한 매장 사장은 “쇼핑도 하시고 인사도 해주시고”라며 “정말 기쁘다”고 했다. 쇼핑을 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고맙다고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대통령실의 해명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상들의 치열한 외교 현장에 동행한 대통령 부인이 한가롭게 명품 쇼핑을 하는 것을 이해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세금으로 지원되는 경호원까지 대동한 만큼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명품 쇼핑 의혹 전모를 낱낱이 해명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 부인의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고,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했다. 하지만 김 여사를 둘러싼 잡음은 한두 번이 아니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 교체된 김승희 의전비서관 임명, 넷플릭스 투자 유치 등 인사부터 정책까지 김 여사의 막강한 힘을 확인하는 정황이 수차례 드러났다. 이쯤 되면 대선 당시 공언했던 ‘조용한 내조’가 아니라 권력을 제약 없이 행사하기 위해 제2부속실을 폐지한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제2부속실을 부활해 대통령 부인의 공적 역할을 보좌하는 것이 김 여사에게도 윤석열 정부에도 바람직할 것이다. 더 이상 김 여사의 선 넘는 행동을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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