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송 지하차도 수몰참사, 재해 때마다 겪는 ‘무정부 상태’

기자 2023. 7. 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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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조대원들이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이 지하차도는 전날 오전 인근 미호강 제방이 붕괴되며 갑자기 물이 들어차 침수됐다. 연합뉴스

유례없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16일 현재 9명이 숨졌다. 직선거리로 600m 떨어진 미호강의 범람으로 제방이 무너져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면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지하차도 침수로 시민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또다시 반복되다니 안타깝고 황망한 일이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인근 하천의 범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행정관청의 대응 부재로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다. 사고의 원인이 된 미호강에는 사고 발생 4시간30분 전인 15일 오전 4시10분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오전 6시30분에는 수위가 ‘심각’ 단계에 도달했지만 관할 구청의 교통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평소 재난문자는 지겹게 보내던 당국이 정작 긴급한 상황에는 침묵한 것이다. 지하차도 침수 사태는 수해 때마다 반복돼 왔다.2014년 부산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 2020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로 시민들이 어이없게 숨졌다. 지난해 9월에도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주민 7명이 사망했다. 당국은 왜 지난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가 37명, 실종자는 9명에 달한다. 수해로 치면 12년만에 최대 규모의 인명피해다. 경북 지역에선 최악의 산사태가 발생해 4개 시·군에서 이날까지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자연재해를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지만, 긴밀히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윤석열 정부는 그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수해 때의 ‘무정부 상태’가 재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서울 침수 사태 후 “AI 홍수 예보 등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물 재해 예보·대응 체계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수해 때 사저로 조기 퇴근한 윤 대통령은 올해엔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웠다. 수해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귀국을 미루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화상으로 상황을 보고받았다지만 물난리로 고통받는 국민들로선 대통령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수해 상황을 고려해 우크라 방문 취소를 검토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서울로 간다 해도 그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 설명에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지난해 태풍 ‘난마돌’ 대응을 위해 방미 일정을 하루 연기한 일본 기시다 총리와도 대비된다.

18일까지 충청·전라·경상에 300㎜가 넘는 비가 추가로 쏟아질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라도 수해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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