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딸 위에 군림하는 엄마, 욕망과 자유 향한 갈망의 끝은…

이강은 2023. 7.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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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한 마을의 대저택.

엄마 '베르나르다 알바'가 명령한 대로 꼼짝없이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다섯 딸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이야기의 흐름처럼 시종일관 어둡고 팽팽한 긴장감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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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남자들은 무엇을 해도 괜찮고, 여자들은 쳐다만 봐도 죄악이지!”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한 마을의 대저택. 엄마 ‘베르나르다 알바’가 명령한 대로 꼼짝없이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다섯 딸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남성 중심의 사회였던 당시, 두 번째 남편 ‘안토니오’가 갑자기 죽자 그의 식솔과 농장 등 전 재산을 상속받은 알바는 관습에 따라 8년 상을 치른다. 체면도 몹시 중시해서 상중에는 어떤 구설에도 휘말리지 않도록 다 큰 딸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한다. 딸들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알바는 “내 보호 안에서만 편안하게 숨 쉴 수 있지”, “여기(알바의 집)에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를 주문처럼 되뇌며 자신만의 울타리를 지키려 애쓴다. 하지만 그럴수록 딸들의 욕망이나 자유를 향한 갈망과 충돌하고 급기야 큰딸 앙구스티아스의 연하 약혼남을 두고 자매들 사이에 벌어진 시기와 질투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공연의 한 장면. 빅타이틀 제공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이야기의 흐름처럼 시종일관 어둡고 팽팽한 긴장감을 드리운다.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플라멩코(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래한 민속춤)조차 경쾌하기보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인상을 준다. 넘버(노래)가 20곡가량 되는 뮤지컬인데 연극을 보는 듯하다. 스페인 시인이자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가 쓴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 원작인 영향도 있어 보인다. 미국 뮤지컬 작곡가 겸 극작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2006년 뮤지컬로 선보인 뒤 국내에서는 2018년 초연에 이어 2021년 재연했다. 무대에 오르는 10명 배우가 모두 여성인 데다 실력파 배우가 많이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올 시즌 처음 합류한 변유정 연출은 “초연과 재연을 통해 쌓인 작품의 미학적 특징을 유지하면서 알바를 중심으로 인물 간 심리적 구도와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에너지가 잘 드러나도록 무대, 안무, 조명, 의상을 새롭게 바꿨다”고 설명했다. 8월6일까지 공연.

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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