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 퍼부은 ‘극한 장마’…부산 산사태 경보, 열차 중단도

안세희 기자 2023. 7. 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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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피해 속출

- 전국 평년 장마철 강수량 넘어
- 부산도 시간당 30㎜ 집중호우
- 지난 11일 이어 벌써 두 번째
- 담벼락 무너지고 도로 곳곳 침수
- 엿새째 학장천 실종자 수색 중

전국을 덮친 거센 장맛비가 시작된 지 20일 만에 평균치를 뛰어넘었다. 장마기간 약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단시간에 쏟아진 것이다. 내렸다 하면 기록을 경신하는 강수 양상이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극한호우’ 시대에 들어섰음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적인 집중호우가 내린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백석리 산사태 현장에서 구조 대원과 수색견이 발이 푹푹 빠지는 진창에서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산사태로 주택 5채가 매몰돼 사망자 3명, 실종자 2명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 잦은 ‘극한호우’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장마철 시작 이후 이달 14일까지 20일 동안 전국에선 400㎜ 넘는 비가 내리며 평년 장마철 강수량을 넘어섰다. 20일 간 강수량은 중부지방 평균 424.1㎜, 남부지방 평균 422.9㎜로 각 평년 장마철 강수량(378.3㎜와 341.1㎜)보다 10~20% 많았다. 특히 수해를 입은 경북 문경(동로면)과 충북 청주(상당구)는 지난 13일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각각 485.5㎜, 474.0㎜가 내려 평년 장마철 전체 강수량보다 각각 32.8%, 37.5%씩 많은 양이 사흘 만에 쏟아졌다.

이날 호우에 따른 일반 열차의 운행 중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은 부산역 매표소. 김영훈 기자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강하고 많은 비가 오는 ‘극한호우’ 양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극한호우’는 강수량 총량만이 아니라 ‘매우 짧은 시간에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극단적인’ 비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1시간에 50㎜’와 ‘3시간에 90㎜’를 동시 충족할 때를 말한다. 지난해 8월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시간당 141.5㎜) 등 ‘극단적 폭우 발생 시’를 대비해 마련했으며, 올 여름 도입하자마자 지난 11일 서울 동작·영등포구 일부 지역에 처음 발송됐다.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충족하는 호우 건수는 2013년 이후 연 평균 8.5%씩 늘고 있다. 부산지역은 극한호우까지는 아니더라도, 1시간 강수량이 30㎜를 넘는 ‘집중호우’가 이번 장마철에 두 차례(11, 16일) 있었다.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으며, 이 같은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본다. 하경자 한국기상학회장(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은 “지구온난화로 지표 대기 기온이 올라가면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품어 많은 비를 뿌린다”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평균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2070년부터 2100년에는 폭우의 강도와 횟수 등이 현재보다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전국에선 산사태 등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16일 오후 6시 기준 중앙재난대책본부 공식 집계 사망자는 충북 청주 오송읍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경북 예천의 산사태 등으로 모두 37명이 잠정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 현상이 잦아지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형태의 재난이 발생, 사전대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중부지방을 강타했던 집중호우에 이어 올해 역시 ‘극한호우’가 일찍부터 예고됐음에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재난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부산 산사태 위기 경보 경계→심각

부산지역 산사태 위기 경보는 지난 15일 밤 10시30분 이후 ‘경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16일 오후 5시30분 기준 접수된 호우 관련 신고는 51건이다. 부산진구 초읍동 공사장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안전조치에 나섰고, 기장군 일광읍 굴다리가 침수돼 운전자가 자력대피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소방 등은 사상구 학장천 실종자(60대) 수색을 엿새째 진행 중이다.

부산을 오가는 열차 운행도 일부 중단됐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 15일 오전 9시부터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비롯한 일반 열차 운행을 전면 중지했다. 이에 부산역 일반 열차도 모두 운행을 멈췄다. 반면 고속열차는 정상 운행 중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경부선 KTX는 하루 12회 오가는 수원역 경유 열차를 제외하고 모두 정상 운행 중이다. SRT 역시 부산을 오가는 경부 고속선은 정상 운행한다.

한편 부산은 17일까지 예상 강우량이 50∼150㎜이며, 많은 곳은 20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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