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없는 종신형 없으니 사형 선고?…대법 “타당치 않다” 첫 판단

조성진 기자 2023. 7. 16. 20: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한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면서 사형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가 됐더라고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절대적 종신형의 효과를 내기 위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에 명확한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형 종류에 없다”며 제동
대법원 전경. 대법원 홈페이지 캡처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한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면서 사형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가 됐더라고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현행법에서 정하고 있는 형 종류에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1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20대 무기수 이모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절대적 종신형을 대체하는 사형 선고에 관해 판단했다.

이 씨는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다른 수용자를 괴롭힌 끝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2심 법원은 사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되는 무기징역과 달리 사형은 사면이나 감형이 없는 한 계속해서 교정시설에 수용돼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절대적 종신형으로 기능하는 측면도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절대적 종신형은 형법, 형사소송법, 형집행법상 형의 종류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원심이 사형 선고의 근거로 든 내용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에 없는 절대적 종신형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처벌인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사형제가 실질적으로 폐지된 현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법원이 절대적 종신형의 효과를 내기 위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에 명확한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절대적 종신형에 대한 법 규정이 없어 사형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으로서 일종의 대체재처럼 취급돼 왔다. 현행법상 무기징역은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을 할 수 있지만, 사형은 불가능하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6월 "현행법상 가석방·사면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절대적 종신형이 도입돼 있지 않으므로 무기징역형이 개인의 생명과 사회 안전 방어라는 점에서 사형을 온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며 연쇄살인범 권재찬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검찰 역시 2019년 1월 춘천 연인살해 사건, 2020년 11월 모친·아들 장롱유기 사건 등 여러 중범죄 살인 사건에서 ‘가석방 가능성’을 이유로 무기징역이 아닌 사형을 구형해왔다.

그러나 절대적 종신형이 현행법상 타당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공백을 메우는 것은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몫이 됐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와 관련한 헌법소원을 심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4일 공개변론을 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유남석 소장이 퇴임하는 올해 11월 전에 헌재가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국회에는 사형제를 폐지하고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내용의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2021년 10월 발의된 후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절대적 종신형에 대한 찬반이 치열하다.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하면서 극단적 형벌인 사형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사형보다 더 반인권적이며 교정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성진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