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災에 좌절하고 人災에 절망했다…소중한 인명 앗아간 참사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7. 1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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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9명 사망
3년전 ‘초량제1지하차도’침수와 유사
경북 예천 산사태, 취약지역서 빠져
괴산댐 월류 위기도 5년만에 반복
16일 오전 ‘청주 오송지하차도 사고’ 현장에서 물에 잠긴 버스가 인양되고 있다. 전날 발생한 이 사고로 버스 탑승객 등 11명이 실종되고 1명이 사망했다 [사진 = 연합뉴스]
‘극한 호우’가 예고돼 있었지만 지자체 등 행정당국의 대처 미흡으로 지난주말 이틀간(15일~16일) 중부권에서 3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와 괴산댐 월류 등 방재 인프라 부실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재해 대책 인프라 후진국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의 30%를 예방에 쓰이고 70%는 복구에 사용하는 피해 복구 중심의 재난 관리 시스템을 예방 중심으로 바꿔야 이같은 후진국형 인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16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집계한 ‘호우 대처상황 보고’에 따르면 9일부터 16일까지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33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됐다. 이 시각 이후 오송 지하차도에서 2명의 시신이 수습되면서 사망자는 35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오송 침수 지하차도에서 시신이 수습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주말 벌어진 사고들은 사전 대비 미흡과 징후 감지 실패 , 대응 미숙 등 방재 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이 낳은 ‘후진국형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15일 오전 4시 10분 홍수 경보가 내려지는 등 오산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미호강의 범람 징후가 사전에 포착됐음에도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오전 6시 30분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해 금강홍수통제소가 관할 구청에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렸지만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미호천교 인근 둑이 유실되기 시작한 오전 8시 40분까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청주 = 김호영 기자]
이번 사고는 2020년 7월 3명의 사망자를 냈던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와 판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에도 관할인 부산 동구청은 인근 수정천 범람 위험을 알리는 재난 문자만 발송했고 차량통제를 실시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15일 발생한 월류로 인근 주민 8000여명이 대피한 괴산댐은 특히 1980년 7월 한 차례 범람한 바 있고, 5년전인 2017년에도 월류 직전까지 수위가 높아졌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행정 당국의 추가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해마다 발생하는 산사태에 대한 대비도 안일했다는 평가다. 주말 사이 3명이 숨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2명이 실종된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는 ‘산사태 취약지역’ 4곳으로 둘러싸인 곳이었음에도 산사태취약지역에서 제외돼 지난 2~4월 진행된 취약 지구 점검에서 빠졌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린 것도 아니고, 며칠 째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적절한 대처가 없었다는 것은 이번 사고가 후진국형 인재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재난은 대비가 수습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힌편 폭우 피해가 집중된 충청권·남부 지방에는 18일까지 최대 30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충청권·남부지방·제주도 산지에 100∼250㎜, 충청권·전북·경북북부내륙에서 많이 내리는 곳은 3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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