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 좀 살려주소”…축사 수십동 물에 잠긴 충남 청양 목면 한우단지

서륜 2023. 7. 1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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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데 침수된 축사에 갇혀 있는 소들이 모두 죽어버리는 거는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축사 5동에서 한우 500여 마리를 기르는 윤동찬 부자농장 대표는 "축사 5동 가운데 낮은 지대에 있는 2동에는 아직도 물이 많이 차 있어 접근할 수조차 없다"며 "축사에서 물이 빠질 때까지 소들이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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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 물폭탄에 축사와 사료, 각종 기자재 피해
일부 소 산으로 도망...생사 파악 안된 소도 많아
오염된 물 마실 경우 각종 질병 발생 우려도
물바다로 변한 충남 청양 목면 한우단지.

“소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데 침수된 축사에 갇혀 있는 소들이 모두 죽어버리는 거는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16일 찾은 충남 청양군 목면 화양리 한우단지. 이곳에는 약 36농가가 4800여 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적게는 50여 마리부터 많게는 수백 마리까지 농장 규모는 다양하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퍼부어 댄 폭우로 이곳의 많은 축사가 물에 잠겼다. 축사가 잠기기 시작한 때는 14일 새벽 1시30분께. 많은 비가 내리자 인근 치성천으로 물을 내보내는 배수장이 풀가동됐지만 비가 워낙 많이 오다 보니 배수에 한계를 보인 것.

그도 그럴 것이 13일부터 16일 오전 7시까지 청양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무려 569㎜.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다. 급기야 15일에는 인근 치성천 제방이 붕괴됐고, 이 제방 가까이에 있는 임종수씨(53) 축사는 직격탄을 맞아 물에 완전히 잠겼다.

치성천 제방 일부가 붕괴돼 있다. 이로 인해 제방 인근에 있던 임종수씨 축사는 완전히 물에 잠겨버렸다. 전깃줄 위에 널려 있는 잡풀이 제방 붕괴로 인해 어느 정도 높이까지 물이 찼는지 말해주고 있다.

임씨는 “기르던 소 53마리 가운데 일부는 살려고 인근의 산 등으로 도망갔고 몇 마리는 죽었다”며 “청양축협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하루 종일 도망간 소를 찾아 헤맨 결과 25마리는 찾았는데 나머지는 아직 생사를 모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6일 늦은 오후로 접어들면서 한우단지 축사들에 들어찬 물은 어느 정도 빠졌지만, 치성천 가까이에 있거나 비교적 낮은 지대에 있는 축사는 아직도 물이 높게 차 있는 상황이다.

축사 5동에서 한우 500여 마리를 기르는 윤동찬 부자농장 대표는 “축사 5동 가운데 낮은 지대에 있는 2동에는 아직도 물이 많이 차 있어 접근할 수조차 없다”며 “축사에서 물이 빠질 때까지 소들이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우 260여마리를 사육하는 청양축협(조합장 노재인) 생축장에도 물이 많이 들어차는 피해를 보았다. 농장 주변에 적재해 놨던 원형곤포사일리지 600여개도 모두 떠내려갔다.

충남 청양축협 생축장도 침수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생축장을 뛰쳐나온 소들이 갈 곳 몰라 헤매고 있다.

청양축협 관계자는 “생축장은 축협의 주요 경제사업장인 데다, 조만간 출하할 소들도 많아 자칫 피해가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사에 물이 빠지면 일단 소들의 생사와 다른 농가 축사로 간 것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생축장에 물이 들어차자 이곳을 탈출한 소들은 농장 주변을 배회하거나 배가 고픈지 물에 떠다니는 원형곤포사일리지라도 먹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었다.

소는 일반적으로 여러 날 굶어도 건강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물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소가 목이 말라 축사에 들어찬 더러운 물을 먹으면 설사 등 소화기 계통 질병이나 호흡기 질병을 앓을 수 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러면 치료비가 드는 것은 물론, 소가 허약해져 사료비 등이 추가로 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청양군에 따르면 16일 현재 한우단지에서만 94마리, 군 전체로는 102마리의 한우가 이번 폭우로 폐사했다. 금액으로는 4억350만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농장 내 있던 사료나 각종 기자재 등도 대거 침수돼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임종수씨 축사에서 나온 소들이 피곤한 지 도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윤동찬 대표는 “물에 빠진 소를 천만다행으로 구한다 해도 나중에 어떤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 없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 농가는 “사료값 등 사육비는 크게 늘었는데 한우가격은 떨어져 그렇지 않아도 손해를 보며 소를 키우고 있는데, 이런 일까지 벌어져 할 말이 없다”며 “소를 살린다 해도 여러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면 농가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의사인 최기중 서산축협 조합장은 “물에 빠졌던 소의 경우 유심히 살펴보면서 사후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각종 질병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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