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인재가 불러 온 참사, 오송 지하차도 침수 피해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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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와 참사 현장 인근 마을이 구분 안 되는 게, 마치 하나의 강 같았습니다."
지하차도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방모(63·오송리) 씨는 "전날 8시 40분쯤 사고가 발생해서 1시 30분쯤 와보니 관계 공무원과 경찰은 없었다"며 "현장에는 119 대원과 25t 살수차 등 15대가 배수를 위한 설치·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이 지하차도에서 화물차 화재가 발생했는데, 그때는 차도의 양방향을 전면 통제해 차를 우회시켜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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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명백한 인재…제방 무너질 때까지 지자체 뭐했나"울분
"도로와 참사 현장 인근 마을이 구분 안 되는 게, 마치 하나의 강 같았습니다."
16일 오후 12시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진입로는 차량을 통제하는 경찰과 시 공무원들로 북적였다. 통제하는 도로 외곽에는 흙탕물로 뿌예진 미호강이 고요하게 흘렀고, 하늘엔 먹구름이 짙게 끼어있었다. 사고의 참담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했다.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길게 줄지어있는 소방차와 군 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실종자 가족과 시 관계자, 소방 관계자들이 대기하는 천막이 설치돼있었다. 1㎞ 남짓한 거리 너머에는 소방당국이 배수작업을 벌이고 있었으며 의료진들은 지친 표정으로 현장을 오갔다. 현장에는 411명의 인력과 65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바삐 움직이는 이들을 망연자실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가랑비를 맞아가며 수색작업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 A(75) 씨는 세종에서 청주로 출근하던 아들이 지하차도에 갇힌 것 같다는 며느리의 전화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A 씨는 "(며느리로부터) 아들이 지하차도를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알았다"며 "제방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호우경보가 내려졌을 때 통제를 안 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너무 화가 난다. 이 사고는 말 그대로 인재(人災)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있던 사고 유가족 중 한 명은 애통한 심정에 제대로 걷지 못해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사고 현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5명의 사망자가 나온 747번 시내버스 탑승자 B 씨는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자다.
B 씨는 "갑자기 엄청난 양의 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졌다"며 "버스가 완전히 물에 잠기기 직전 창문을 열고 나와 허우적거리다가 간신히 난간을 붙잡고 버텼다. 버스 내부에는 승객 8명, 버스 기사 1명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는 전날 오전 8시 45분쯤 매서운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차량 15대가 침수됐다. 현재까지 집계된 인명피해는 사망자 9명, 부상자 9명으로 소방 당국은 배수와 수색 작업을 벌이며 희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방이 터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을 꼬집으며 지자체의 관리와 통제가 미흡했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이도 있었다.
지하차도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방모(63·오송리) 씨는 "전날 8시 40분쯤 사고가 발생해서 1시 30분쯤 와보니 관계 공무원과 경찰은 없었다"며 "현장에는 119 대원과 25t 살수차 등 15대가 배수를 위한 설치·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이 지하차도에서 화물차 화재가 발생했는데, 그때는 차도의 양방향을 전면 통제해 차를 우회시켜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방이 터져서 물이 차오른 거면 차량이 삽시간에 잠겼을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제방 정비와 차량 통제 등이 빠르게 이뤄졌어야 했는데 사고 발생 4-5시간이 지났을 때도 현장에는 책임자들이 없었다. 결국 대형 참사에 이르게 된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이날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 즉시 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비극적인 상황이 생겨서 참담한 마음이다"라며 "비가 계속 오고 있어 사고 예방과 필요한 조치에 대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도는 희생자 유족의 결정에 따라 하나노인병원, 충북대병원, 청주성모병원에 장례식을 마련해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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