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지방대 특성화·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이 해법이다

양재찬 편집인 2023. 7. 16. 19: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균형발전 컨트롤타워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소멸위험지역 118곳
인서울 올인에 지방대 휘청
지방대 통폐합 · 특성화 필요
미래지향적 정책 추진해야
지방시대위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비전과 구호, 계획 수립에 그쳐선 안 된다.[사진=뉴시스]

지방시대 국정과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가 10일 출범했다. 이는 기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한 조직으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꾀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이행이 핵심 업무다.

수도권 초집중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북적댄다. 상장회사의 72%, 예금의 70%, 1000대 기업의 75.2%가 수도권에 쏠려 있다.

지방소멸론은 이미 2010년대 중반에 대두됐다. 2015년 80곳이었던 '소멸위험지역'이 올해 118곳으로 늘어났다. 228개 기초 지자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소멸위험지역은 20∼39세 가임기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곳이다. 소멸위험지수가 0.2 미만인 '소멸고위험지역'도 45곳에 이른다.

지방소멸 위기는 저출생 문제와 직결돼 있다. 과거 저출산 국가 하면 일본이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26명으로 한국(0.78명)보다 높다. 한국은 2001년 출산율 1.30명으로 일본(1.33명)에 역전당한 뒤 20년 넘게 따라잡지 못했다.

이런 출산율 차이에는 주거·보육 여건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경쟁력 있는 지방대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의 올해 일본 대학평가를 보면 사립 명문인 게이오대·와세다대 앞에 교토대, 오사카대, 도호쿠대, 나고야대, 규슈대, 홋카이도대 등 지방대가 6개 있다. 그 바로 뒤에 쓰쿠바대, 히로시마대, 고베대 등이 버티고 있다.

이런 대학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방에서 우수한 학생이 굳이 무리해서 도쿄로 가려 하지 않는다. 일본 기업들도 신입사원 채용 시 지방대 출신들을 배려해 저출생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2023학년도 전국 188개 대학 중 정시 경쟁률이 3대 1을 밑도는 대학이 68곳(35.2%)이었다. 정시는 군별로 3번 지원할 수 있어 경쟁률이 3대 1보다 낮으면 미달로 본다. 이 가운데 86%(59곳)가 지방대였다.

'인서울'에 올인하는 탓에 지방거점 국립대학도 휘청댄다. 지방의 보루로 여겨지던 국립대들이 해마다 2월이면 신입생 추가 모집에 바쁘다. 지방거점 국립대의 2021년 자퇴생은 총 6366명으로 5년 전 2016년(3930명)의 1.6배로 불어났다.

초저출생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서울 및 수도권 초집중이 지적된다. 수도권 초집중이 물리적 밀도뿐만 아니라 젊은층의 경쟁심리와 불안감을 가중시켜 출생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의 출산율은 0.59명으로 전국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수도권 초집중을 완화하면서 지방소멸을 막는 방안으로 지방대 통폐합과 특성화를 추진해보자. 지금처럼 4년제 대학에서 그만그만한 학과를 모두 유지하며 평이하게 가르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국립대가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서울대와 지역 국립대를 통합(가칭 한국대학교)해 프랑스 파리1~13대학처럼 '한국대 1~10 캠퍼스' 식으로 이름 붙이고, 지역 및 주력산업 특성에 맞는 대학으로 전공을 특화하면 어떤가.

미래형 산업의 산학연 클러스터를 전국 주요 거점에 조성하는 것도 긴요하다. 세제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수도권 대학과 대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자. 균형발전 및 수도권 과밀 해소, 기업 경쟁력 강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일거다득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정보기술(IT) 메카라면 바이오산업(BT) 중심지는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다. RTP는 한국이 대덕연구단지를 계획할 때 벤치마킹한 곳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1959년 지역 내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노스캐롤라이나대, 듀크대 등 3개 대학을 중심으로 2772만㎡(약 840만평) 규모 RTP를 조성하고 기업들을 유치해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지방의 보루로 여겨지던 국립대들이 해마다 2월이면 신입생 추가 모집에 바쁘다.[사진=연합뉴스]

지역 명문이자 연구 중심 대학들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두뇌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이익을 연구개발(R&D)과 교육에 투자한다. 주정부는 이를 충실히 뒷받침한다. 그 결과, 두뇌 유출을 막고 지역경제를 발전시켜 남북전쟁 당시 담배와 목화를 재배하던 농업지대를 첨단산업 대표주자로 탈바꿈시켰다.

정치 현안인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시도 논란도 사실 수도권 초집중과 관련이 있다.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해법은 저출생은 물론 교육, 일자리 문제를 함께 풀어 나가야 한다.

지방시대위는 출범하면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 의지를 담은 CI를 선보였다. 오는 9월 지방시대 비전 선포식을 열고 '지방시대 종합계획(5년)'도 발표할 예정이다. 비전과 구호, 계획 수립에 그쳐선 안 된다. 역대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보듯 조직이 없어 일이 안 되지 않았다. 보다 혁신적인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