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터지면 "고치겠다" 더니… `사후약방문`도 못하는 정부[전국 최악의 호우피해]

김남석 2023. 7. 1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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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3일 밤, 부산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폭우로 순식간에 침수됐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미호천교 인근의 둑이 유실되면서 하천의 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물막이판 설치를 거부해도 과태료가 500만원에 불과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침수 위험이 없는 21만호를 제외해도 설치 비율은 30%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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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공언에도 지하차도서도 참사
서울시 차수시설 예산 늑장 교부
반지하 침수대책도 사실상 손놔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020년 7월 23일 밤, 부산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폭우로 순식간에 침수됐다. 왕복 2차로 길이 175m, 높이 3.5m의 지하차도에 2.5m 높이까지 물이 차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차량에 갇혀있던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고장 난 출입통제스템 방치가 주요원인으로 지목됐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대책마련을 선언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2023년 7월15. 역시 비슷한 사고로 더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 터널에는 예산 집행이 늦어지면서 출입통제시스템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이처럼 폭우 침수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당국의 대책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청주 미호강에는 지난 15일 오전 4시 10분에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쏟아지는 비로 하천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 오전 6시 30분에는 이미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했다. 당시 금강홍수통제소는 관할 구청에 인근 도로의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미호천교 인근의 둑이 유실되면서 하천의 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길이 430m의 지하차도 터널은 2∼3분 만에 6만t의 물로 가득 찼다. 차량 19대가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홍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관할 행정관청의 위험도로에 대한 차량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사전에 제방관리도 허술했다는 주민들의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사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사고 이후 공동주택에는 지하주차장 물막이판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에 제한됐고, 구축 아파트 물막이판 설치비 지원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는 '침수 위험' 아파트에 차수시설 설치비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올 4월에야 자치구에 관련 예산을 교부했다. 현재까지 물막이판 설치를 마친 단지는 지원대상 82곳 중 29곳에 그쳤다. 65%에 달하는 나머지 53곳은 여전히 침수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물막이판 설치를 거부해도 과태료가 500만원에 불과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 바로 대응하기 어려운 '탈착식' 물막이판의 설치비가 500만원, 기계식은 3000만원이 넘는 만큼 계속 설치를 미루는 아파트가 생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침수로 일가족 3명이 갇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반지하 주택'도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서울시는 사고 이후 반지하 건축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작년과 올해에만 81동의 반지하를 허가했다. 이 가운데 13동은 주거가 가능한 반지하다.

전체 반지하 주택 23만8000호 가운데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완료한 곳도 6310곳에 그쳤다. 침수 위험이 없는 21만호를 제외해도 설치 비율은 30%대에 불과하다.

반지하 거주민의 지상층 이주 정책 혜택을 받은 곳도 2250호에 그쳤다. 침수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 총 2만8000호 중 약 8%, 전체 반지하 주택을 고려하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반지하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 역시 호응을 얻지 못했다. SH공사는 올해 3450호의 반지하 주택을 매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달 초 기준 매입한 주택은 98호 뿐이다.매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지하공간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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