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바그너·군부 장악' 잰걸음… "새 수장은 '회색 머리'로 하라"

신은별 2023. 7.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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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무장반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대신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끌 새 수장을 낙점했다.

14일 러시아 언론 코메르산트를 인용한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무장반란 종료 닷새 후, 프리고진을 포함한 바그너 간부 30여 명과 함께 향후 운영 방식을 논하는 자리에서 "'세도이'(회색 머리카락)라는 호출부호(콜사인)를 지닌 지휘관 휘하에서 바그너가 전투를 지속하는 방안"을 직접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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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간부 숙청도 계속… "최소 28명 구금·해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무장반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대신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끌 새 수장을 낙점했다. 러시아군 간부들에 대한 숙청 작업도 한창이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무장반란 사태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군 안팎의 균열 및 기강 해이를 서둘러 다잡으며 자신의 훼손된 리더십을 복원하려는 조치다.


'전쟁 베테랑' 바그너 수장 앉혀... '정부 편입' 수순

14일 러시아 언론 코메르산트를 인용한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무장반란 종료 닷새 후, 프리고진을 포함한 바그너 간부 30여 명과 함께 향후 운영 방식을 논하는 자리에서 "'세도이'(회색 머리카락)라는 호출부호(콜사인)를 지닌 지휘관 휘하에서 바그너가 전투를 지속하는 방안"을 직접 거론했다. '세도이'는 전직 러시아군 대령이자 바그너 임원인 안드레이 트로셰프를 뜻한다고 CNN은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현 수장'(프리고진) 앞에서 '새 수장'을 지목했다는 건 결국 '바그너가 프리고진이 아니라, 나의 통제하에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로셰프는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받는 인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과 체첸, 시리아 전장을 두루 거친 그는 '조국 공로' 등 다수의 훈장을 받았다. 2016년 12월 크렘린궁 행사에서 여러 개의 메달을 착용한 채 푸틴 대통령 옆에 서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유럽연합(EU)은 2021년 12월 트로셰프를 제재 명단에 올리며 "시리아 내전 당시 바그너 소속으로 파견돼 시리아 정권 유지를 돕고 시리아 민간인을 탄압했다"고 적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새 수장으로 지목된 안드레이 트로셰프. 러시아군 대령 출신이자 바그너그룹 임원인 트로셰프는 일명 '회색 머리'로 불린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푸틴 대통령은 동시에 현재 '민간 기업'인 바그너를 '정부 공식 기관'으로 편입하는 수순도 밟고 있는 듯하다. 그는 "(바그너 같은) 민간 군사 조직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법적 틀을 논의하는 건 러시아 의회와 정부에 달린 일"이라고 코메르산트에 말했다. 크렘린궁도 이후 "(법적 지위 부여가)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에 '확실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조직 전체를 장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군 장성 솎아내기'도 계속… "1명 또 해임"

푸틴 대통령은 또, '불충한' 군 고위 장성들에 대한 숙청 작업에도 주력하는 모습이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을 인용, 블라디미르 셀리베르스토프 106공수사단 사령관이 최근 해임됐다고 15일 보도했다. 셀리베르스토프는 올해 초부터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을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러시아군 고위 관계자 최소 13명이 구금돼 심문을 받았고, 15명은 해임 또는 직무 정지됐다"고 보도했다.

군 간부들이 잇따라 물러나는 것 자체가 군대 내부의 불만이 커질 대로 커졌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반 포포프 제58연합군사령관은 '국방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최근 해임됐는데, 이를 두고 영국 국방정보국은 "하급자들의 직접적 비판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에겐 점점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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