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깨고 탈출하세요"... 역주행에 사력주행, 긴박했던 침수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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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을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차량의 블랙박스와 도로변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사고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15일 오전 8시 40분쯤 4.5m 높이 4차로 지하차도 터널에는 제방 붕괴로 인해 무서운 속도로 물이 들이닥쳤다.
당시 블랙박스를 보면 청주 방향에서 세종과 오송역 쪽으로 시속 50㎞의 속도로 달리던 차량들은 지하차도 출구에 이르자 파도처럼 밀려오는 강물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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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남측 출입구로 강물 유입
북쪽에서 침수 모르고 진입한 차량 '낭패'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을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차량의 블랙박스와 도로변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사고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15일 오전 8시 40분쯤 4.5m 높이 4차로 지하차도 터널에는 제방 붕괴로 인해 무서운 속도로 물이 들이닥쳤다. 당시 한 운전자는 몰던 차를 뒤로 돌려 역주행을 감행하기도 했고, 버스 기사는 승객들에게 “창문을 깨고 탈출하라”고 외쳤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상황을 보면, 이때까지만 해도 터널 바닥에 들어찬 물은 자박자박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하차도 중간지점에서부터 50초가량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이때부터 도로 주변 들판을 가득 채운 물이 남측 지하차도 입구를 통해 밀려들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인다. "미호강 물이 넘친다"는 최초 신고가 들어온 때(오전 7시 56분 공사현장 감리단장)로부터 30분가량 지난 때였다.
대다수 피해 차량들은 지하차도 북쪽(청주)에서 남쪽(오송역·세종 방면)으로 향하고 있었다. 물은 남쪽 출구를 통해서 먼저 유입됐는데, 북쪽에서 오던 차들은 물이 지하차도로 들어오는 줄 모르고 진입했다가 위기를 맞았다.
당시 블랙박스를 보면 청주 방향에서 세종과 오송역 쪽으로 시속 50㎞의 속도로 달리던 차량들은 지하차도 출구에 이르자 파도처럼 밀려오는 강물을 맞이했다. 놀란 운전자들은 차량 속도를 떨어뜨렸지만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일부 운전자들은 가속 페달에 발을 올려 차량의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밀려오는 거센 물살 탓에 차량 속도가 갈수록 떨어졌고, 운전자들은 물살이 약한 중앙분리대 쪽으로 차량을 바짝 붙여 가까스로 탈출하기도 했다. 밀려오는 물의 양과 속도를 감안했을 때, 30초만 늦었어도 생사가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위기를 직감하고 역주행을 시도해 탈출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다. 이 차량은 앞쪽에서 물이 밀려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제자리에서 차량 방향을 틀어 역주행을 해서 반대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역주행 차량은 폭우 탓에 노선을 바꿨다가 변을 당한 청주 747급행버스를 바로 뒤에서 따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큰 차체 때문이 후진을 할 수 없었던 버스는 진행방향으로 달려 지하구간을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오르막길 쪽에서 몰려드는 강물 때문에 주저앉고 말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버스로 오던 친구를 오송역에서 기다리던 A씨는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기사님이 ‘물 들어온다. 손님들 빨리 탈출하세요. 창문을 깨드릴 테니 창문으로 탈출하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실제 지하차도 남측 출입구 인근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에 따르면, 지면보다 5m가량 낮은 지하차도 쪽으로 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장면이 보인다. 버스 뒤를 달리던 14톤 트럭 운전사 B씨는 “폭포처럼 떨어지는 물에 잠겨 숨을 못 쉴 땐 그냥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났고 그냥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씨는 버스 탑승자 생존자들과 함께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구조됐다.
청주=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청주=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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