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또 홍수 人災… 이번엔 `오송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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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통제를 조금만 더 빨리 했더라면, 최소한 재난 경보 문자 안내만 제대로 했더라면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오송지하차도)에서 발생한 무고한 인명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16일 충청북도·청주시 등 행정당국과 지역 주민 제보 등에 따르면 오송 침수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오송 지하차도에 미호강의 무너진 제방을 타고 하천의 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하지만 오송 지하차도에 대한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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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제방공사 이어 '먹통 대응'
안일한 땜질식 처방에 참사 반복
교통 통제를 조금만 더 빨리 했더라면, 최소한 재난 경보 문자 안내만 제대로 했더라면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오송지하차도)에서 발생한 무고한 인명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대처는 안일했다. 여기에 부실한 제방공사까지 더해지면서 지하 시설물에서 10여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안타까운 '인재(人災)'는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16일 충청북도·청주시 등 행정당국과 지역 주민 제보 등에 따르면 오송 침수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오송 지하차도에 미호강의 무너진 제방을 타고 하천의 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강에 4시간 전인 당일 오전 4시10분에 홍수경보를 내린데 이어 오전 6시30분에는 더 높은 '심각 수위'를 경보했다. 하지만 오송 지하차도에 대한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없었다. 지역주민들은 '인재'라고 주장했다.
사고 당일 현장에서 구조된 A씨는 "버스와 승용차 등이 주변에 많았는데 지하차도 앞뒤에서 물이 들어오더니 수위가 빠르게 높아졌다"며 "침수를 예상해 지하차도 진입로를 미리 막았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왜 통제가 안 됐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들어와 차량을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고가 난 지하차도는 미호천교와 직선거리가 600m 정도고, 가까운 제방과는 200여m 남짓한 데다 인근 논밭보다 낮은 지대여서 침수사고가 예견되는 곳이었다. 충북도는 지난 6월 7억원의 예산을 배정 받아 연내 오송지하차도에 자동차단기를 설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침수 가능성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하차도에 배수펌프가 있지만 배전실마저 물에 잠기면서 작동하지 않았다.
청주시 역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청주 747번 급행버스의 경우 원래 노선은 차량 통제가 이뤄진 미호대교를 지나가기로 했으나, 교통이 통제되면서 우회도로로 오송지하차도를 택했다. 지역주민들은 청주시가 해당 버스에 대한 다른 우회경로를 미리 공지하거나 또는 회차하도록 유도했다면 이번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호천교 임시 둑을 만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장찬교(68) 궁평1리 전 이장은 "사고가 나기 한시간 전쯤 문제가 된 미호강 철골 가교 사이에 있는 임시 둑을 둘러봤는데 굴삭기 한 대가 모래를 긁어모아 둑을 쌓고 있었다"며 "큰 모래주머니도 아니고, 긁어모은 모래로 쌓은 제방이어서 무너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행복청 관계자는 "호우에 대비한 제방공사는 지난 7일 마친 상태이고, 15일에 진행한 작업은 미호강의 수위가 올라가 보강작업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고로 행정당국의 부실한 정보력과 판단, 그리고 안일한 땜질식 처방이 지하시설 인명 피해 참사를 반복하게 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7월 23일 부산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 사고,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 때 포항 인덕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인명 사고가 또 재현됐기 때문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인명피해 대책)제작이나 예산 지원 절차를 정부와 지자체에서 간소화해서 신속히 준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공식 집계한 이번 호우에 따른 사망자는 37명, 실종자는 9명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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