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단풍 없어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 넘치는 정읍 여행
여름에도 역사·문화여행뿐만 아니라 먹거리도 가득 20일부터 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시티투어 프로그램도 개설
(정읍=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정읍 여행'하면 열에 아홉은 가을 내장산 국립공원의 단풍놀이를 꼽는다. 그만큼 정읍은 가을 여행지로 손꼽힌다.
연간 내장산 국립공원 관광객의 절반 가까이가 10월 말 단풍놀이 성수기에 몰리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여름의 정읍은 내장산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초록색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녹음이 우거지고 푸른색 장관이 펼쳐진다. 가을만 바라봤던 뭇 관광객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대목이다. 제작진은 한여름 정읍 여행의 숨겨진 속살을 구석구석 찾아가 봤다.
◇ 천년의 기다림 '정읍사문화공원' 정읍사문화공원은 한글로 쓰인 백제가요 정읍사가 생긴 곳에 조성된 공원이다. 학창 시절 국어 시간의 국문학 단원에서 중요하게 다룬 지점이라 대부분 알고 있는 명칭이다.
정읍사는 무등산곡, 방등산곡, 선운산곡, 지리산곡 등 백제가요 5곡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전해오고 있다. 백제 멸망 이후에도 계속 불리면서 조선 성종 대에 이르러 악학궤범에 기록돼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졌다.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여인의 천년 기다림을 조형물로도 만들었다.
백제 여인의 망부석이 높이 2.5m의 화강암 석상으로 조각돼 있다. 여인의 뒷모습을 보면 아직도 남편을 기다리는 듯한 간절함이 전해진다. 이곳은 화려한 야경으로도 유명하다. 공원 전체가 오색 빛을 머금고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주제로 한 배경에서 바라보면 상당히 낭만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 내장산의 상징, 우화정 내장산 가을 단풍놀이의 가장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우화정은 우리나라 최고의 단풍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내장산 단풍 사진이 다 이곳에서 찍히기 때문이다.
정자에 서 있으면 날개가 돋아 하늘로 오른다는 설화가 전해질만큼 이곳에 서면 사방에 펼쳐진 내장산의 자연 속에서 신선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징검다리를 건너 맑은 호수 위를 걷는 듯한 체험은 여름 우화정에서만 가능하다. 거기에 내장산에 울려 퍼지는 계곡과 폭포의 물소리는 덤이다.
◇ 근대 민족사의 대사건을 돌아보다,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정읍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동학농민혁명이다. 일부 정읍시민은 아직도 집회할 때 동학 정신을 강조할 정도다.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은 동학 농민군의 넋을 기리고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기리고자 건립됐다.
약 3만 평의 큰 규모로 조성된 공원의 중심에는 '울림의 기둥'이 우뚝 서 있다. 기둥에는 동학농민군이 봉기했던 90개 지역 이름이 새겨져 있다.
또한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됐다.
오는 11월까지 특별한 전시도 열리고 있었다. '동록개의 꿈, 형평을 찾아서'라는 전시다.
백정의 신분으로 동학 농민군에게 전 재산을 내놓은 인물 '동록개'의 이야기다. 구한말 비록 신분은 백정이었지만 깨어있는 인물, 동록개를 통해 대한민국 근대사회가 신분에 따른 혐오와 차별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전시다.
동학농민혁명은 피지배 계층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진행된 민중 항쟁으로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다. 하지만 훗날 3.1운동,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모태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날 평등사상과 자유민주화의 지평을 연 우리나라 근대 민족사의 대사건이라 할 수 있다.
◇ 정읍에서 만나는 호크니의 작품-'이오일 스페이스'
정읍시청에서 약 15분 거리 외곽에 특별한 카페 갤러리가 있다. '이오일 스페이스'라는 이름의 이 갤러리는 특이하게도 세계적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소장해 전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김경민, 김형근, 허명욱, 임선희 등 여러 작가의 작품과 역대 대통령들의 친필 휘호를 전시하는 등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갤러리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보기 어려운 작품을 이곳 정읍에서 선보일 수 있어 대단히 기쁘다."며 "우리 갤러리가 정읍은 물론 호남의 미술 작품 명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 달큰한 향기가 가득한 쌍화차 거리의 추억
정읍은 오래된 차 문화를 자랑한다. 시청에서 가까운 쌍화차거리를 들러봤다.
쌍화차를 주메뉴로 하는 전통찻집이 모여들어 하나의 테마 거리가 만들어졌다. 거리마다 달큰하게 한약 달이는 냄새가 풍겨져 오며 숨만 쉬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정읍 쌍화차는 궁중 탕약의 영향을 받아 숙지황, 생강, 대추 등의 한약재를 달여 밤, 은행, 잣 등의 고명을 얹은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정읍에는 여름에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한편 정읍시는 이달 20일부터 11월까지 모바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탬프투어를 운영한다.
참여자는 스마트폰에서 '정읍시 전자지도'를 내려받은 뒤 관광지를 방문하면 GPS 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스탬프를 획득할 수 있다. 8개 이상의 스탬프를 받고서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지역 특산품인 귀리를 우편으로 발송한다.
운영 장소는 내장산 레저휴양권 7곳, 동학농민혁명 문화권 8곳, 정읍사문화권 5곳, 태산선비문화권 6곳으로 총 4개 권역 26곳이다.
정읍시 소애숙 공보팀장은 "정읍은 가을뿐 아니라 사계절이 모두 매력적인 여행지다."며 "역사·문화 체험의 고장이며 세계문화유산과 국립전북기상과학관 등 다양한 지식 콘텐츠가 넘치는 곳이 정읍이다."고 말했다.
<기획 : 도광환, 구성 : 유세진, 촬영 : 김민규, 웹 기획 : 권순, 편집 &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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