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에 농장도 무너질 뻔”…오송 지하차도 침수에 주민들 ‘울분’

2023. 7. 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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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지반이 쓸리는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 농장마저도 급류에 휩쓸릴 뻔했어요."

16일 오후 1시2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제2 궁평지하차도와 인근에서 과일 농장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김용순 씨는 전날 침수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빗물이 점차 인근 도로를 삼키면서 이내 농장까지 휩쓴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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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오송 일대 농작물 훼손
주민들 “흙포대 50대 쌓았지만 빗물에 쓸려가”
“두달 뒤 수확할 포도 4000송이, 모두 버릴 판”
장마 앞두고 부실 공사 지적도
“사고 발생 전날까지 지하차도 교통 통제 없었어”
16일 오후 2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제2 궁평지하차도 인근 한 농가에서 한 주민이 전날 폭우로 농장 지반이 깎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청주) 기자] “눈앞에서 지반이 쓸리는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 농장마저도 급류에 휩쓸릴 뻔했어요.”

16일 오후 1시2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제2 궁평지하차도와 인근에서 과일 농장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김용순 씨는 전날 침수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전날 이른 오전부터 비가 쏟아지면서 김씨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은 미호천교 위로 대피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빗물이 점차 인근 도로를 삼키면서 이내 농장까지 휩쓴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날 오전 8시40분께 제2 궁평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임시제방이 무너진 여파로 지하차도 안엔 여전히 물이 고여 있었다. 지하차도에서 펌프차가 빨아들인 물줄기가 논밭에 포물선을 그리며 쏟아지고 있었지만, 터널 안 빗물을 모두 빼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16일 오후 2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제2 궁평지하차도 인근 도로. 전날 폭우로 휩쓸린 잔해들이 도로 곳곳에 널부러져 있다. 김영철 기자

침수 사고로 인해 지하차도에서 갇힌 이들 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 주민들도 농작물이 훼손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600평 규모의 포도 농장 정문 앞에는 비에 떠 내려온 흙더미가 즐비했다. 농장 외곽 쪽 지반은 빗물로 쓸려 간 것이 역력할 정도였다. 장마를 대비해 김씨는 흙으로 채워진 비료 포대 50개를 농장 주위에 쌓았지만, 이마저도 1~2개를 제외하곤 전날 빗물에 모두 떠내려 갔다고 했다.

이날 오후부터 비가 잦아들면서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은 빗물에 무너진 제방과 논밭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해당 지역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60) 씨는 “수확하던 논밭이 전날 빗물로 인해 모두 무너졌다”며 “흙탕물에 잠긴 농작물을 누가 사겠는가”라며 토로했다.

김씨의 경우 두 달 뒤 포도 4000송이를 수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빗물이 농장에도 들이닥친 까닭에 포도밭은 현재 흙투성이라고 했다. 김씨는 “포도가 물에 잠기면 맛이 사라진다. 모두 폐기할하게 생겼다”며 “(포도밭에) 물을 뿌리면서 흙을 씻어내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했다.

주민들 “이틀 전까지 차량 통제도 없어…사고 나서야 작업 급급”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제2 궁평지하차도 인근에서 과일 농장이 빗물에 휩쓸린 모습. [독자 제공]

지난 13일부터 쏟아진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산사태, 지하차도 침수 등이 발생하면서 사망·실종자가 50명에 육박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궁평지하차도에서 9명이 사망하고, 9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다. 수색 과정에서 차량 15대 침수 사고 피해자들이 추가로 발견되면 사망자 등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고 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들은 이번 사고 원인으로 미호천교 임시 둑이 이번 집중 호우를 앞두고 급히 만들었다는 점을 지목했다. 김씨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서 지난 2018년부터 미호천교를 중심으로 공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미호천교 아래 둑을 메꾸지 않아 빗물이 넘친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전날(15일)부터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수십 대가 몰려 작업을 재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궁평리에 거주하는 70대 A씨는 “금요일(14일)까지 궁평지하차도엔 차량 통제도 없었다”며 “이로 인해 해당 도로를 진입한 차량들이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5일 오후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제2 궁평지하차도가 빗물에 범람한 모습. 해당 지하차도를 빠져나온 운전자들이 구조되고 있다. [독자 제공]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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