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이재명 식이면 EU는 죽기로 작정했다
'이유'가 미쳤다. 유럽연합(EU)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를 해제했다. 하필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를 코앞에 두고 나온 결정이어서 충격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염처리수 방류는 "함께 마시는 우물에 독극물을 푸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에 따르면 EU가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다.
EU는 규제 해제의 근거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해양 방사성 물질 피폭량이 허용기준치에 미달해 안전하다는 평가를 내렸다는 점을 들었다. IAEA는 민주당이 처음부터 일본 편향을 작심하고 보고서를 만든 곳이라고 주장하는 기구다. 그들에겐 일본정부 맞춤 보고서를 만든 '흥신소 같은 곳'이기도 하다. 돌팔이 기구의 보고서를 토대로 4억5000만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정을 내리다니! 민주당은 EU가 근거로 든 '이유' 역시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또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수입규제 해제를 결정한 EU 집행위는 일본 정부의 로비에 넘어간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결정에 "EU 27개 모든 회원국이 합의했다"는 점도 밝혔다. EU의 결정 메카니즘은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한다. 한 회원국도 반대하면 이 같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27개국 정부를 대상으로 로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많은 EU 회원국에서 환경절대론을 내세우는 녹색당의 영향력이 강하다. 독일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녹색당은 발언권이 매우 세다. 강경파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녹색당 출신이다.
이번 결정으로 EU 소비자들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은 고등어, 우럭 등을 식탁에 올릴 수 있게 됐다. 오염처리수 방류를 시작한 이후에 잡은 수산물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과학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수산물의 삼중수소와 방사성 핵종 존재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일본정부의 약속을 믿기 때문이다.
과학과 싸우려는 민주당의 오염처리수 괴담과 선동은 이번 EU의 결정으로 더 설 자리가 없게 됐다. 21세기에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수많은 관찰 사실과 인공위성에서 찍은 둥근 지구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해도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구가 평평하다는 과학적 증거를 대라고 하면 하나도 대지 못한다. 한다는 말이 수평선과 지평선이 평평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틀렸다. 수평성과 지평선도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이런 인지 편향을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하는데, 자기의 지식수준을 과대평가해 망상적 언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가 더닝 크루거 환자는 아닐 것이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염처리수 괴담은 그 못지않게 망상적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국회의원이나 변호사쯤 되는 사람이라면 평균 이상의 지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는가. 결국, 저들의 관심은 오염처리수 방류의 유해성 여부에 있는 게 아니다. 속으론 오염처리수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뻔한 귀결에 닿는다. 윤석열 정부를 흠집 내고 국정을 발목 잡는데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계산이다. 오염처리수의 방사선 피폭량이 백배 천배 된다 해도 그들은 관심 없다. 애초부터 오염처리수의 위해성 여부 따위는 관심 밖이고, 오직 정치공세 재료로서 가치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계산이 들어맞으면 국민의힘이 패배하겠지만, 그 피해의 종착지는 국민이다.
오염처리수 방류도 하기 전에 수산물 소비가 뚝 떨어지고, 삼중수소는 소금 생산과정에서 증발해 소금에 남지 않는데도 사재기 하는 이 덤 앤 더머 현상을 보며 같은 나라 국민이라는 게 너무나 한심하다는 사람이 많다. EU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허가한다니까 민주당은 이제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것을 들어 '선택적 과학이냐'고 공격한다. 정치와 과학을 잘도 섞는다. 이재명 대표 식이라면 EU가 죽기로 작정했는데, 말릴 생각은 없는지.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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