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말한다] 우리 경제 저력, `월클`에서 나온다

2023. 7. 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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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축구의 손흥민, 피겨의 김연아가 세계적 수준(World Class)의 선수라는 점은 아마도 반론 불가일 것이다. 아시아 선수 사상 최초, 최고의 기록을 세우면서 세계 무대에서도 뛰어난 커리어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도 이처럼 자기 분야에서 최초 혹은 최고의 제품을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월드클래스 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성장 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월드클래스 기업 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을 포함해 수출 융자 및 금리 우대, 특허 전략 수립, 인재 채용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이다.

월드클래스 프로젝트는 이름 그대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중견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따라서 기업을 발굴하는 단계에서부터 R&D 투자 비율이나 수출 효과 등을 고려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는 데 큰 비중을 두었다.

프로젝트 1단계 사업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이 일부 포함되었는데, 선발된 165개 중소기업 중 약 36%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특별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수출 증가 실적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1단계 사업에서 '월클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액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선정 전에는 평균 850억 원대였던 것이 2021년에는 1210억 원대가 되어 무려 42%나 증가했다.

카메라 모듈 기업 A사는 월클 기업 선정 전에는 수출이 1000억 원대였다. 그러다 2021년도에는 1조 원대로 늘어나는 등 압도적으로 성장했다. 화장품 연구개발생산 기업 B사와 디지털 임플란트 기업 C사도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수천억 원의 수출액을 보였다. 이것은 월클 프로젝트로 선정된 기업들이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월클 기업은 올해 상반기 기준 323개로 전체 중견기업 수(5480개)의 5% 정도만 차지하지만, 그에 비해 수출은 전체 중견기업 수출 실적인 1138억 달러의 17%나 된다. 그만큼 월클 기업이 수출 중심 기업으로서의 색깔이 뚜렷하고,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던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2단계 프로젝트 사업에서는 월클 중견기업에 금융, 인력, 수출 컨설팅, 지식재산권, ESG 등 기업 경영 전 주기를 지원한다. 1단계에 이어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150개 사에 최대 4년간 6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1단계에서는 주로 개별 기업의 성장에 주목했다면, 2단계 사업은 중견기업이 주도하는 산업생태계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공공연구소, 대학, 중소기업 등과 협력해 공동 연구개발을 수행하거나 신사업에 진출하면 가점을 준다. 개별 기업도 성장하면서 기업이 속한 산업 혹은 산학연 생태계 전체에 혁신적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월클 기업의 경영 전반을 지원하는 일명 '셰르파' 기관도 올해 2곳이 추가됐다. 인력 관리, 투자 유치에 대해서도 지원해달라는 기업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이다. 이에 따라 R&D 지원 외 총 22개 셰르파 기관이 비 R&D 분야의 지원을 담당한다.

대부분의 월클 기업들은 글로벌 성장에 대한 강한 열망을 표현한다. 특정 고객이나 기존 캐시카우(Cash Cow) 부문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 혹은 협력하며 미래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려면 많은 중견기업이 월클 기업으로 성장해 튼튼한 허리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매출, 고용, 수출 등의 분야에서 월클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견기업이 앞으로 더 늘어나야 한다. 많은 기업이 월클 기업으로 도약하는 꿈을 하루빨리 이루기를 응원하며,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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