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인도·재건 지원 망라… 리더국가 부상·자유진영 연대 포석 [尹, 우크라 전격 방문]

이현미 2023. 7. 1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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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통령 첫 전시국 방문 이유·의미
尹, 젤렌스키 만나 연대·자유·평화 강조
“한국도 유엔군 도움으로 北 침략 격퇴
드니프로강의 기적 반드시 이뤄질 것”
최대 1조2000억달러 우크라 재건사업
폴란드와 협력 발판 韓 참여 명분 강화
미국 중심 자유진영과 결속도 공고히
정상회담서 살상무기 지원은 언급 안해
민간인 학살현장 둘러보며 변화 관측도
윤석열 대통령의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이끄는 국제질서에서 ‘리더 국가’로 부상하려는 윤석열정부의 외교전략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안보(군수), 인도, 재건 협력을 망라한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추진 방침을 밝혔다.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먼저 방문해 국제사회의 지원과 지지 확대를 약속했다.
尹·젤렌스키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마린스키 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 공동언론발표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尹, 살상무기 지원 금지 원칙 고수할까

윤 대통령은 이날 △안보(군수) 지원 △인도적 지원 △재건사업 협력 등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 확대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살상 무기 지원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안보 지원 확대와 관련해 방탄복, 헬멧 등 군수물품만 거론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해 러시아군의 점령기간 민간인 학살이 벌어진 키이우 인근 부차시 학살현장과, 러시아군이 수도를 서쪽에서 포위하기 위해 총공세를 퍼부으며 도시의 70%가 파괴된 이르핀시의 참혹한 현장을 둘러보는 일정을 수행하면서 기조변화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외신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등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전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에 (민간인 학살현장 등을)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있을 테지만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공감하고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것은 살상무기 제공과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비살상무기 지원에 대한 기존 방침에서 변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 민간인 주거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우크라이나 재건 동참, 입지 강화 행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폴란드 공식방문, 우크라이나 극비 방문까지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보여주는 데 방점이 찍혔다.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참여할 명분을 강화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최대 과제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초청에 응한 이유로 “상대국 정상이 정중하게 방문 초청을 한 데는 지금 국제사회 초미의 과제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판단해 (방문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현재 전시상황에서의 협력과 향후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재건 과정에서의 협력 문제 등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논의할 사항이 많아 이번 회담이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3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G7 정상들은 앞서 일제히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와 지난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등 국제무대의 주요 의제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결속이었다. 자유진영의 주요 의제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선 우크라이나 직접 방문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향후 최대 1조2000억달러(약 15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할 명분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은 한·폴란드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난 15일(현지시간) 키이우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尹 “드니프로의 기적 이뤄질 것” 연대 강조

윤 대통령은 이날 공동언론발표에서 과거 북한의 남침을 겪었던 한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은 70여년 전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며 “70여년 전 북한의 공산 전체주의 세력의 불법 침략을 받은 대한민국은 전쟁 발발 수개월 만에 국토의 90%를 빼앗기고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유엔군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최남단 방어선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했고 북한의 침략을 격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한강의 기적’처럼) 저는 ‘드니프로강의 기적’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대한민국의 전후 회복과 번영의 역사가 그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또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가꾸는 동반자가 될 것이며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방문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도 현지에서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를 만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그림을 한국에서 전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 참상을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양국이 함께 협의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바르샤바=이현미 기자, 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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