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우크라행 "현장 피부로 느끼기 위해"…호우엔 "당장 서울 뛰어가도 상황 못바꿔"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이) 몸소 눈으로 현장을 확인할 때, 보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 상황을 평가할 수 있고 피부로 느끼면서 현지에 뭐가 필요하고 구체적으로 뭘 협력할지 명확히 식별 가능하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 실천 기조가 유럽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드러난다는 명분도 작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우크라이나 '극비 방문'을 결정한 이유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의 프레스센터에서 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 차장은 "특히 이번 방문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한국 대통령 부부의 방문을 크게 관심있게 지켜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알려왔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방문 계기에 대해 "지난 5월 젤렌스키 여사가 서울에 왔을 때 대통령 부부 초청 친서를 전달받았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임박해 떠나기 며칠 전 외교 채널을 통해 다시 초청이 왔다"며 "경호 문제가 녹록치 않고 중대한 국가안보 사안이 얽혀 있어 준비는 해놓고 떠났지만 마지막 결정을 못 한 채 출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폴란드 방문 마지막 날인 14일 오후까지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을 수립한 사실 자체가 알려지거나 다른 사유로 한국-우크라이나-폴란드 3각 협력체계에 문제가 있으면 계획 이행이 안 되므로 마지막 최종 점검 후에 이상 없음을 확인한 후 (우크라이나로) 떠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 수해 상황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방문 취소를 검토하지는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 시간이 아니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금 당장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그 상황을 크게 바꿀 수는 없는 입장이기에, (수해 상황을) 수시로 보고를 받고 하루에 한 번 이상 모니터링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군수물자·안전장비 지원 확대 등 9개 우크라 지원 패키지 마련"
대통령실은 안보·인도·재건 3개 분야에 걸친 9개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군수물자·안전장비 지원 확대 등이 포함된 이번 지원책에는 "평화연대 이니셔티브"라는 명칭이 붙었다. 김 차장은 "히로시마 G7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다"고 지원 패키지 마련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전했다.
9개 지원 패키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안보 분야는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구상 중인 러시아군 철수 등 10개 평화공식 및 정상회의 개최 협력 △ 군수물자 지원 확대 및 양국 방위산업 협력 강화 구상 △ 식량·에너지 안보 국제기여 확대 등이다.
인도 분야는 △ 지뢰탐지기·제거기 등 안전장비 지원 확대 △ 우크라이나 전쟁수행 능력 지원을 위한 재정 지원 △ 우크라이나 아동을 위한 심리 치료 등 지원체계 지원 등이다.
재건 분야는 △ EDCF(대외협력기금)과 ODA(공적개발원조) 결합한 원조 △ 온·오프라인에 걸친 교육프로그램 지원 △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 설립을 통한 우크라이나인 한국 유학생 지원 등이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현지 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 전 "피폭지라고 볼 수 있는 부차시를 먼저 방문했다. 성앤드류스 성당에 들러 우크라이나 측의 안내에 따라 1년 수개월 간의 인명피해, 대학살, 폭격 현장을 사진으로 전시한 현장에서 설명을 들었다"며 "그 다음 이르핀시에 들렀다"고 했다.
윤 대통령 부부가 키이우에 도착하고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중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키이우 아동인권보호센터를 방문했다. 김 차장은 "전쟁 초기에 약 2만 명의 어린이가 러시아로 납치됐다. 제3국을 통해 귀환한 380여 명이 인권센터에서 아직 정신 치료를 받고 있다"며 "(납치됐던 아동들에게)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성적 학대를 당하기도 했고, 러시아에 잡혀가서 정체성 교육을 받기도 하고, 프로파간다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중 한 어린이가 여사님 손목에 스티커 문신을 붙여줬다. 지뢰탐지하는 강아지" 스티커였다고 전했다.
회담 뒤 윤 대통령 부부는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의 안내를 받으며 키이우 시내 성소피아 성당을 둘러봤다. 김 차장은 "이어 대통령 부부는 국립아동병원에 들러 부상 치료 중인 아동과 가족을 위로했다. 아이들은 한국 문화, 케이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며 "한국이 우크라이나 부상 군인뿐 아니라 민간 아동을 위해서도 체계적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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