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에 수십명 숨지고 산사태에 마을 초토화

김동식 기자 2023. 7.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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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위험지구에 둘러싸인 예천군 마을 곳곳 '아수라장'
충북 궁평지하차도...본격 수색 속에 사망자 늘어날 전망

집중 호우로 충청과 경북 등에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내린 비로 오전 11시 현재 전국에서 사망 33명, 실종 10명, 부상 2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차량 침수사고 수색이 본격화되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궁평지하차도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9명이다. 

불어나 하천 물로 유실된 예천군의 한 마을 도로. 독자 제공

◇ 보이는 건 흙과 나무뿐…산사태로 마을 초토화 

전국에서 현재까지 가장 피해가 큰 경북 예천은 산사태로 인해 마을마다 큰 피해를 입었다. 

산사태 취약지역인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상태다. 이 곳은 예천군이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산사태 취약 지구’ 지정에 4개 지점으로 둘러싸여 있던 곳이다. 이곳은 ‘물폭탄’을 맡으면서 산사태가 발생, 마을이 떠내려가면서 초토화됐다. 

경북 예천군 백석리에서 소방당국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는 모습. 독자 제공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북지역에서 산사태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19명이다. 지역별로 예천 9명, 영주 4명, 봉화 4명, 문경 2명이다. 실종자는 예천 8명이며 부상자는 5명에서 18명으로 늘었다.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마을에서는 5명이 사망했고 영주시 풍기읍에서 산사태로 부녀 2명이 숨지는 등 사망자 19명 중 최소 13명이 산사태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예천군에서 수색이 진행 중인 실종자 8명 중 3명도 산사태 피해자로 파악되고 있다.

예천군 효자면 명봉리 일대도 백석리처럼 마을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예천군 명봉리에 내린 폭우에 휩쓸려가 차량이 쓰레기 더미 속에 묻혀 있는 모습(왼쪽)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농가. 독자 제공

경기일보 독자가 보낸 사진 등에 따르면 수마가 휩쓸고 지나간 명봉리 일대는 마을 도로는 불어난 하천 물에 사라졌고 통행로뿐 아니라 집안까지 밀려든 토사,나무, 쓰레기들이 한데 뒹어키면서 통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마을에 세워둔 SUV 차량은 빗물에 쓸려가 처참하게 찌그러진 채로 부러진 나무와 주택 벽돌 등과 함께 물이 빠진 하천 인근에 버려져 있었고 한 주택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게 부서진 모습이었다. 

독자 A씨는 경기일보에 “예천군에 폭우가 온다는 뉴스를 듣고 바로 고향으로 내려왔는데 산사태로 마을 절반은 사라진 것 같다"면서 “마을마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 살고 있는데다 아직도 비가 그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추가 피해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 길도 끊어지고 모두 경로당에 모여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면서 “비가 그치더라도 무너진 집이나 농작물 피해 등을 어떻게 복구해야 할 지 눈 앞이 깜깜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삽시간에 불어난 물에 참사…궁평지하차도 ‘비극’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도 늘고 있다. 

폭우로 인근 미호천 공사현장의 제방이 유실되면서 지하차도에 유입된 물로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께 통행 중이던던 차량 15대가 잠긴 이곳의 구조작업이 진행되면서 이날 오후 4시 현재 8구(남성2명·여성6명)의 시신이 인양됐다. 전날 숨진 채 발견된 남성 1명을 포함해 이번 사고 희생자는 현재까지 9명이다. 

이날 인양된 희생자 5명은 침수된 시내버스 안에서, 나머지 3명은 차량 밖에서 각각 발견됐다. 

소방당국의 배수로 물 위로 드러난 시내버스 외에 차량 14대가 아직 지하차도 안에 잠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충북 청주의 궁평 지하차도 침수 사고 직전 빠져나온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한편 궁평지하차도 사고 직전 물이 엄청난 속도로 유입되는 장면이 찍힌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유튜브 및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는 해당 블랙박스 영상은 사고 직전인 8시30분께 찍혔으며 지하차도 출구를 향해 달리고 있는 차량을 향해 흙탕물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블랙박스 차량과 앞에 있던 대형 SUV차량은 밀려드는 물에 바뀌가 모두 잠긴 상태에서도 속도를 내며 지하차도를 빠져 나가려고 했으며 반대편 진입차도에서도 차량들이 잇따라 달려오는 모습도 보였다. 

블랙박스 차량의 촬영시간은 불과 1분여로 영상 촬영 뒤 불과 10여분만에 참사가 발생했다. 

한편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이번 오후로 인해 대피한 주민은 13개 시·도 90개 시·군·구에서 7천866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6천182명이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농작물 침수 피해 규모는 1만5천120㏊에 달하고 있으며 139.2㏊ 규모의 농경지가 유실·매몰됐다.

전국적인 시설피해는 모두 273건으로 이중 공공시설 피해는 149건에 달했다. 

전국적으로 도로 사면 유실 19건, 도로 파손·유실 32건, 옹벽 파손 5건, 토사유출 19건, 하천제방유실 49건, 침수 13건 등도 발생했다. 

토로 216곳이 통제 중이며 이중 국도는 10곳이다. 철도는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매포터널 부근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사고로 일반열차 전 선로 운행이 중지됐으나 KTX 일부 구간은 운행 중이다. 

김동식 기자 kds77@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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