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구덩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747번 버스 드러나자 ‘울음바다’ [전국 ‘물폭탄’]
윤교근 2023. 7. 16. 17:56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
높이 4.5m 터널에 흙탕물 가득 차
양수기·수중펌프 동원해 배수 작업
잠수부 “시야 확보 안 돼 작업 더뎌”
특전사·장병 등 2000명 투입 총력
높이 4.5m 터널에 흙탕물 가득 차
양수기·수중펌프 동원해 배수 작업
잠수부 “시야 확보 안 돼 작업 더뎌”
특전사·장병 등 2000명 투입 총력
“저 새진흙 구덩이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끄억.”
1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의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희생자 가족들은 연신 터지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세차게 쏟아진 비가 미호천 둑을 무너뜨리고, 물살이 지하차도를 지나려던 차량과 가족을 덮친 현장엔 애통함이 가득했다. 흙탕물로 뒤덮인 참담한 현장은 가족들의 가슴처럼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침수된 차도 미호천 제방이 무너지며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6일 군과 소방당국이 실종자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청주=이재문 기자 |
비슷한 시간 청주시 하나병원 응급실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역력했다. 응급실 앞에는 실종자 신원 확인을 위해 경찰과 과학수사관들이 대기했다. 오후 2시20분쯤 병원으로 구급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지 않고 들어오자, 빨간색 응급실 간판 아래서 실종자 가족 10명가량이 이를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한 여성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고, 다른 한 여성은 가슴을 부여잡고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구급차 뒷문이 열리고 구급대원들이 파란색 천으로 싸인 들것을 들고 내리자, 응급실 앞에 서 있던 실종자 가족 중 한 명은 “엄마!”라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구급대원들이 신속하게 들것을 응급실 안으로 들고 가자, 가족들은 오열하면서 그 뒤를 따랐다.
병원을 뒤로 하고 찾은 지하차도 구조 현장. 현장엔 민·관·군이 힘을 모아 수색작업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 경찰은 침수 현장 10km 전부터 경찰이 출입을 통제했다. 현장 상황실 입구엔 적십자 등이 급식으로 분주하고 군병력이 속속 도착했다. 사고 현장엔 대용량 방사시스템 등이 쉴 새 없이 누런 흙탕물을 뿜어내고 있다. 높이 4.5m 터널에 가득 찼던 물의 수위도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궁평2지하차도는 사고가 발생한 전날엔 지하차도에 물이 가득 찼고 흙탕물로 시야 확보를 하지 못했다. 이에 대용량 방사시스템을 이용해 물을 퍼내는 작업이 먼저 시작됐다. 양수기와 수중펌프 등도 동원했다. 빗물 유출부엔 유실망을 설치하고 원활한 구조를 위해 중앙분리대 철거와 지하차도 배수를 위한 물막이 설치도 이뤄졌다. 수중 드론 등을 통한 실종자 수색작업을 지속했지만, 계속되는 비 등으로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침수됐던 청주공항과 오송역을 오가는 747번 급행 시내버스 상판이 윤곽을 드러내자 구조 및 실종자 수색작업이 본격화됐다. 버스 안에서 5명을, 지하차도 청주쪽 입구에서 1명을 연이어 발견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턴 지하차도로 물이 흘러들어온 미호강 제방 긴급 복구에도 나섰다.
서정일 청주소방서장은 “밤샘 배수작업으로 버스 상판 등이 드러나 수색을 시작했다”며 “새벽 6시쯤 잠수부 등을 투입해 수색하고 오전 7시26분쯤 52살 여성 실종자를 버스 앞 출입구 쪽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이어 “오전 7시31~38분 사이에 버스 뒤쪽에서 여성 3명과 남성 1명 총 4명의 실종자를 추가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벽에도 배수작업을 했지만, 지하차도 내부의 많은 부유물로 시야 확보가 안 돼 어려움을 겪었다”며 “오후에 지하차도의 물을 완전히 빼서 수색작업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지하차도 내 수심이 1m 정도에 이르자 흙탕물과 부유물이 섞여 흡사 뻘의 형태를 이룬 곳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실종자 수색작업이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재난당국은 지하차도 양방향에서 중앙 부분으로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궁평방면에서는 잠수부 2명이 물 속을 살피고, 세종방면에선 구조대 8명이 보트 2대로 실종자를 찾고 있다.
군 병력도 힘을 보탰다. 특전사 60여명과 37사단 장병 2000여명이 배수와 실종자 수색, 차량 구난 등을 지원하고 있다. 13특임여단 소속 스쿠버다이버 8명도 지하차도 속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재난당국 관계자는 “궁평2지하차도에서 실종자 수색작업 등을 하고 있으나 계속 비가 내린다는 예보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며 “날씨에 따라 구조 및 수색 작업에 변동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윤교근·박유빈·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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