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후진국 … 또 인재지변
오송지하차도 '침수참사' 둑붕괴 징후에도 교통통제 안해
사망·실종 17명 예천 산사태, 일부 위험지역 분류서 빠져
◆ 전국 휩쓴 폭우 ◆
'극한 호우'가 예고돼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당국의 대처 미흡으로 지난 주말 이틀간(15~16일) 중부권에서 3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와 괴산댐 월류 등 방재 인프라스트럭처 부실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재해 대책 인프라 후진국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의 30%가 예방에 쓰이고 70%는 복구에 사용하는 피해 복구 중심의 재난관리 시스템을 예방 중심으로 바꿔야 이 같은 후진국형 인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16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집계한 '호우 대처상황 보고'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37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상태다. 오송 침수 지하차도에서 시신 수습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주말 벌어진 사고들은 사전 대비 미흡과 징후 감지 실패, 대응 미숙 등 방재 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이 낳은 '후진국형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4시 10분에 홍수경보가 내려지는 등 오송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미호강의 범람 징후가 사전에 포착됐음에도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6시 30분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해 금강홍수통제소가 관할 구청에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렸지만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미호천교 인근 둑이 유실되기 시작한 오전 8시 40분까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는 2020년 7월 3명의 사망자를 냈던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와 판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에도 관할인 부산 동구청은 인근 수정천 범람 위험을 알리는 재난문자만 발송했고 차량통제를 실시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해마다 발생하는 산사태에 대한 대비도 안일했다는 평가다. 주말 사이 4명이 숨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2명이 실종된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는 '산사태 취약지역' 4곳으로 둘러싸인 곳이었음에도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제외돼 지난 2~4월 진행된 취약 지구 점검에서 빠졌다.
한편 폭우 피해가 집중된 충청권·남부지방에는 18일까지 최대 3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충청권·남부지방·제주도 산지에는 100∼250㎜, 충청권·전북·경북 북부내륙에서는 많이 내리는 곳은 3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박제완 기자 / 조한필 기자 / 우성덕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영상] 죽기살기 역주행으로 탈출…오송 지하차도 절체절명 순간 - 매일경제
- "친구같던 선생님이었는데" 결혼 2개월 새신랑 끝내… - 매일경제
- "1박 350만원에 새집 대여"…숙박업 나선 강남 집주인 - 매일경제
- 지하도로 물 쏟아지자 ‘역주행’車…‘경적’ 울려 다른 차들도 구했다 - 매일경제
- “공사 때문에 둑 일부러 열었다…명백한 인재” 오송 주민 분통 - 매일경제
- “사람이 죽었는데 웃음이 나오나”…오송 참사 현장서 웃음 보인 공무원 ‘뭇매’ - 매일경제
- 여성우선주차장 14년 만에 사라진다…‘가족배려 주차’로 전환 - 매일경제
- 폭우에 노선 바꾼 버스…“지하차도 끝자락서 급류 휩쓸려간 듯” - 매일경제
- “원래 속도로 보면 속 터져요”…빨리빨리의 한국, 배속 시청 유행 - 매일경제
- 황의조, 노팅엄 복귀 후 프리시즌 결승골 폭발...EPL 데뷔 정조준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