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350만원에 새집 대여"…숙박업 나선 강남 집주인
단기수익 노리고 숙박업 전환
강남 수천채 에어비앤비 등록
실제 신고된 업소는 107곳뿐
"낯선사람 드나들고 시끄럽다"
불법 영업에 입주민 갈등도
"20대 청년들이 계속 바뀌면서 드나드는 게 이상했는데, 새 아파트를 에어비앤비로 영업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최근 서울 서초구 A아파트에서는 긴급 주민회의가 개최됐다. 입주민 동의 없이 에어비앤비(공유숙박 플랫폼)로 불법 영업한 가구에 어떤 처분을 내릴지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집에 낯선 20대 청년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이웃 주민들이 추적한 결과, 해당 가구는 1박에 60만원의 고액 숙박시설로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것으로 파악됐다.
도심에서 주거시설을 숙박 용도로 영리활동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웃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집은 주민 동의나 정식 도시민박업 등록 없이 불법 영업을 하다가 이웃들에게 들통이 났다.
A아파트의 한 주민은 "에어비앤비 영업을 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지난해 입주 시기에 전세 물량이 쏟아지며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단기 수익을 거두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주민들이 이 같은 불법 영업 행태에 분개해 즉각 시정 조치해줄 것을 구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세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급락하고, 새 아파트에 세입자 구하기도 어려워지자 에어비앤비를 통해 단기 수익을 올리려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다. 16일 매일경제가 에어비앤비 앱을 이용해본 결과 강남권에서 공유형 숙박시설로 등록된 아파트는 수십 채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형 아파트부터 최고급 펜트하우스까지 유형과 규모도 다양했다.
최고급 주거시설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의 '시그니엘 레지던스'도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 중 하나다. 주말 숙박 비용은 청소비와 수수료를 포함해 총 3000달러(약 350만원)다. 인근 부동산에 나와 있는 시그니엘 월세 매물 시세가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80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에 5번만 숙박객을 받아도 월세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공유형 숙박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며 집주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다만 도시 지역에서 주거 시설을 숙박 용도로 활용하려면 지자체에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정식 등록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상당수는 이 같은 등록 절차 없이 무허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매일경제가 에어비앤비 앱을 검색한 결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이용 가능한 숙박시설로 수천 채가 등록돼 있었다. 하지만 각 지자체에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시설로 등록된 곳은 107개에 불과하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불법 숙박업과 관련해 구청에 민원이 접수된 건수는 올해 상반기 22건으로 벌써 작년 전체 민원 접수(19건)를 넘어섰다. 원상민 법률사무소 세륜 변호사는 "숙박업으로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고가 필요하다"며 "불법 영업 적발 시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 영업이 대부분 무허가로 이뤄지는 이유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시설로 등록 가능한 주택 유형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원룸형 주택과 오피스텔은 숙박 시설로 등록할 수 없다. 원룸형 주택은 남는 방을 외국인에게 공유하는 도시민박업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오피스텔은 업무시설로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등록이 제한된다. 하지만 최근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빌라뿐만 아니라 오피스텔을 비롯한 비아파트에 대한 전세 기피 현상도 심해져 오피스텔을 에어비앤비로 활용하려는 집주인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준공한 오피스텔 중 상당수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에어비앤비에 숙박용 시설로 등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집주인들이 주택을 에어비앤비로 활용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까지 고객으로 받는 점도 문제다.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44.6% 수준이라 외국인 수요만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일어난 현상이다. 현행 법체계에선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된 숙소는 외국인만 고객으로 받을 수 있지만, 실상은 내국인이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현행법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을 내국인이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이런 규제가 없어 국회에서도 내국인까지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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