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2시간전 "통제 필요" 경고에도 … 지하차도 차량진입 안 막아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조한필 기자(jhp@mk.co.kr) 2023. 7. 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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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오송 침수사고는 人災
폭우에 미호강 제방 붕괴로
수십초만에 물 6만t 쏟아져
버스 등 차량 15대 고립 돼
홍수경보에도 자유롭게 통행
관할 구청 "통제할 시간없어"
3년전 부산 초량사건 판박이
오송 미호강 순식간에 범람 15일 오전 8시 4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미호강이 범람해 강물이 인근 궁평 제2지하차도로 들이닥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늘의 비는 막을 수 없는 천재(天災)였지만, 인명사고는 분명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 기록적 폭우가 뻔히 예고된 상황에서도 하천 인근 지하차도 통행을 통제하지 않아 사망자 9명이 발생했다. 남은 실종자 최소 3명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다. 3년 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무고한 시민 3명이 사망했음에도 판박이 같은 재난이 지방자치단체 관리 부실로 재발한 셈이다.

16일 충북도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사망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9명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여전히 최소 3명이 지하차도 안에서 실종된 것으로 보고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0㎜가 넘는 폭우에 인근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2~3분 만에 6만t가량의 강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졌다. 당시 지하차도를 통과하던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빠져나가지 못한 채 고립됐다. 현장에서 구조된 시민들의 목격담도 이어졌다. 침수된 차량을 버리고 탈출한 A씨는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급하게 차에서 내려 난간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명백히 인재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는데도 지하차도 교통 통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전 8시 37분께부터 청주~오송 철골 가교 공사현장 인근 제방 둑이 터지면서 강물이 흘러들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15일 오전 4시 10분을 기해 미호천교 지점에 내려진 홍수주의보를 경보로 격상했다. 오전 6시 30분께부터 미호천교의 수위가 홍수경보 수준보다 높아지자 관할 구청에 인근 도로 교통 통제가 필요하다고 알렸다.

관리 주체인 충북도 관계자는 "호우경보가 내려져도 도로 상황 등을 파악해 차량을 통제하게 돼 있다"며 "이번 사고는 제방이 범람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쏟아져 들어와 차량을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건 당일 현장에서 지자체의 부실 대응에 대한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궁평1리 전 이장인 장찬교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건 당일 오전 7시 40분께 현장에 가보니 인부 3~4명이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면서 "감리단장에게 장비를 더 동원해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실종자 가족도 이번 사고는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실종자 가족인 B씨는 "청주 주요 하천에서 홍수 경보가 연이어 발령됐는데 도로 통제 하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자체의 관리 부실에 따른 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는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 시간당 최대 80㎜에 달하는 비가 쏟아져 차량 7대가 물에 잠기고, 시민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센터장은 "돈이 많이 들겠지만 노선계획을 세울 때 비상차로를 마련하고 펌프시설의 전력장치를 지상에 설치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영운 기자 /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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