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 산사태에 '쑥대밭'

우성덕 기자(wsd@mk.co.kr) 2023. 7. 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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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지역 관리 사각지대였다
주민 9명 숨지고 8명 실종
산사태 위험 예측 못하고
"외출 말라" 방송도 화 키워
산사태 할퀴고 간 경북 예천 지난 15일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한 마을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이 실종자 수색과 함께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예천 우성덕 기자

"산에서 '쎄에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토사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어요."

16일 오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산비탈 아래 45도 경사를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선 집들은 형체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진흙 위에 뒤엉켜 있는 지붕, 벽돌, 농자재, 가구 등만이 이곳이 집이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해줄 뿐이었다. 산사태를 겨우 피한 집들도 산에서 쓸려 내려온 진흙, 나뭇가지, 바위 등이 덮쳐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13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서는 지난 15일 새벽 발생한 산사태로 5가구가 매몰돼 4명이 숨지고 60대 남성 1명이 실종됐다. 산사태 당시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는 김춘자 씨(64)는 "매일 만나면서 인사 나누던 이웃이 세상을 떠났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주민 이강섭 씨(64)도 "13일부터 비가 그냥 바가지로 퍼붓듯이 오는데 한평생 이렇게 많은 비가 오는 건 처음 봤다"며 "지금 마을에 있던 트랙터나 콤바인 등 농기계는 다 떠내려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예천 지역에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242㎜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번 집중호우로 예천을 비롯해 경북 지역 곳곳에서 산사태 등에 따라 인명 피해가 속출하면서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되는 등 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지역별 사망자는 예천이 9명으로 가장 많고 영주 4명, 봉화 4명, 문경 2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8명은 모두 예천 주민이다.

이처럼 예천에서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는 산사태 위험 지역에 대한 관리 부실이 빚은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천군에 따르면 산사태로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효자면 백석리와 2명이 실종된 감천면 벌방리는 산사태취약지역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예천군이 지정·관리 중인 산사태취약지역은 66곳이지만 이들 지역은 산사태취약지역이 아니어서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셈이다. 산림청은 기초조사와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실태조사, 전문가 검증 등을 토대로 위험도를 4개 등급으로 분류한 뒤 산사태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 상위 1∼2등급에 해당하는 곳을 지자체장이 취약지역으로 지정·고시해 집중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산사태정보시스템 확인 결과, 효자면 백석리 뒷산은 산사태위험지도 5등급에 불과했고, 감천면 벌방리도 산사태위험지도 5등급과 3등급으로 나타나 산사태취약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상 산사태위험지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앞서 예천군도 해빙기인 지난 2월 15일부터 4월 2일까지 47일간 예천군산림조합과 산사태취약지역을 점검했지만 이들 지역은 관리 대상이 아니어서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예천의 한 마을에서는 집중호우에 따른 대피 방송도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나가지 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사태 위험성에 대한 예상을 사실상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북 북부지역에서 산사태로 숨진 13명 가운데 산사태취약지역에서 피해가 발생한 곳은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1곳(산사태 주택 붕괴 2명 사망)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와 산사태 위험도가 높아진 만큼 산사태위험지역 재조사와 관련 매뉴얼 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천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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