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차도가 앗아간 신혼 2개월 교사와 사회초년생…유족 “당국 뭐했나”
“결혼한 지 불과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젊은 교사가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나 너무 안타깝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현장에서 수습된 희생자의 빈소가 차려진 청주지역의 장례식장엔 비통함이 흘렀다.
16일 오후 3시 청주의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자 유가족들이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 15일 오송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씨(30)의 빈소도 이곳에 차려졌다. 신혼 2개월 차였던 김씨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바랐던 교사의 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의 매형 유모씨(54)는 “아이들을 정말 정직하고 올바르게 가르치던 교사였다”고 했다.
김씨는 사고 당시 자신의 차량에 처남을 태우고 지하차도를 지나던 중이었다. 처남은 당시 현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김씨는 미처 탈출하지 못했다. 유씨는 “(혼자 살아남은) 처남도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씨의 외삼촌 A씨도 “결혼 두 달 만에 죽었는데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 사고 초기부터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행정당국의 행태를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사회초년생 안모씨(24)의 빈소도 이곳에 마련됐다. 안씨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 병원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했다. 그는 지난 15일 학창 시절 친구들과 여수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747번 버스에 탑승했다가 변을 당했다. 안씨는 오송역에서 기다리던 친구와 통화하며 다급한 목소리로 ‘버스 안으로 물이 들어온다’고 말한 후 연락이 끊겼다.
안씨의 외삼촌 이모씨(49)는 “친구 말을 들어보니 버스 기사가 당시 물이 들어오니까 ‘손님 빨리 탈출하세요. 창문 깨드릴 테니까 탈출하세요’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이씨는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선물로 노트북을 사주면서 ‘축하한다’고 말해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늘 부모의 말을 잘 따랐던 아이였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고 주장했다. 행정기관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불러온 참사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당시 버스가 원래 노선이 아니라 다른 노선으로 갔다. 폭우로 인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정말이라면 당연히 사고 도로도 통제되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밤새 사고 현장에 있었지만 사고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 구조가 마무리되면 빨리 사고의 책임 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숨진 교사 김씨의 매형인 유씨도 “이미 수일 동안 비가 내려 범람 위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하차도나 댐 주변의 사람들을 사전에 대피시키게끔 해줘야 하는 게 국가 시스템”이라며 “천재지변이 아닌 부주의로 인한 인재”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16일 오후 2시까지 사고 현장에선 9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발생 직후 11명의 실종신고가 접수됐으나 각 차량 탑승자 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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