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칭칭 휘감은 장마전선 … 초토화 충청·경북에 또 물폭탄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7. 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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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왜 피해 컸나
北건조한 공기·南고기압 사이
정체전선 형성된 채 위력 발휘
예전 50여 일간 내린 장맛비
절반 이상을 21일간 쏟아부어
18일까지 최대 300㎜ 폭우
충청·경북·전북 강수 집중
폭우에 잠긴 올림픽대로 기록적인 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서울 올림픽대로 가양대교~동작대교 구간이 침수 우려로 양방향으로 전면 통제됐다. 한주형 기자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삶의 터전을 망가뜨린 폭우의 상흔이 아물기도 전 피해 지역에 18일까지 최대 3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장마는 최단기간에 최근 10년 장마기간 평균 강수량을 웃도는 수준의 비를 쏟아냈는데,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아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이번 장마에 영향을 주고 있는 정체전선은 북쪽에서 남하하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에서 북상하는 북태평양고기압에 의해 유도된 고온다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위아래로 위치한 두 건조한 공기 사이에 남풍이 불어오며 수증기가 다량 공급되면 기류가 수렴하는데, 이는 비구름 발달에 영향을 미쳐 정체전선이 활성화된다.

장마 초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폭염이 발생하고 비가 다시 내리는 '도깨비 장마' 형태를 띠었다. 이때는 저기압이 정체전선에서 발달한 비구름 떼와 어우러지며 정체전선이 가로가 아닌 세로로 길고 넓게 발달했다. 그래서 건조한 공기가 들어올 때마다 강한 비구름대가 생겨 비를 쏟아냈다가 멈추며 폭우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3일부터는 정체전선이 한반도 남부지방에서 저기압을 동반한 상태로 가로로 길게 발달해 영향력이 더 세졌다. 정체전선이 온전하게 발달하면 강수 지속 시간이 길어지고, 저기압의 영향으로 넓은 지역에 강하게 비가 내릴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 이에 정체전선이 머무르고 있는 남부지방에 물 폭탄이 쏟아져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

한반도 가로지른 정체전선 장마전선이 충청도와 경상도에 걸쳐 정체되면서 이 지역에 단기간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전선이 한반도 남쪽에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부지방 호우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16일 오전 6시 한반도 상공 레이더 영상. 기상청

특히 현재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공기의 압축도가 조밀해지고 있어 정체전선이 더 강하게 발달하는 상황이다. 또 한반도 서남쪽에 있는 서태평양 부근 해수 온도가 평년에 비해 높아 더 많은 양의 공기가 한반도로 들어오면 수증기 양도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정체전선은 앞으로도 한반도에 머무를 전망이다. 17일 정체전선이 북상하며 충청·전북·경북 지역에 강수가 집중돼 19일까지 영향을 미치다 19일 밤 정체전선이 일본 쪽으로 내려가 한반도에 잠시 소강상태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말에 정체전선이 다시 북상하며 전국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이미 폭우로 심각한 재해가 일어난 지역에 18일까지 최대 3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충청권·남부지방·제주 산지에 100~250㎜, 충청권과 전북·경북 북부 내륙에 많이 내리는 곳은 300㎜ 이상, 경기 남부·강원 남부 내륙 및 산지·제주도(산지 제외)·울릉도·독도에 30~120㎜, 서울·인천·경기 북부·강원(남부 내륙·산지 제외)·서해5도에 20~6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17일 시간당 전북 지역에는 30~60㎜, 충청권과 경북권에는 30㎜ 내외 비가 예보돼 있고, 18일에도 충청·경북·전북 지역에 30~60㎜의 강한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이 내리는 곳은 80㎜까지 늘어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장마가 끝나는 시기까지는 강하게 발달한 정체전선으로 인해 지속 기간이 길고 많은 비가 계속 내릴 수 있다"며 "정체전선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집중호우가 영향을 미치는 지역은 변동될 수 있지만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장마는 가히 '역대급' 물폭탄을 쏟아낸 것으로 평가된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21일간 평년 강수량을 훨씬 웃도는 양의 비가 내렸다. 장마가 끝나기도 전에 평년 장마철 평균 강수량을 이미 뛰어넘은 것이다. 올해는 지금까지 중부지방에 489.1㎜가 내려 평균 강수량(378.3㎜)의 1.3배를 기록했고, 남부지방에는 473.4㎜가 내려 평균 강수량(341.1㎜)의 1.4배에 달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기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 400㎜에 육박하는 비가 내렸다. 강원·충청·남부 지방에는 800㎜가 넘는 비가 내렸는데, 충남·경북 지역의 경우 900㎜가 넘었다.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2020년(중부 856.1㎜, 남부 581.3㎜)과 2013년(중부 546.8㎜, 남부 341.3㎜)에는 각각 54일, 49일간 장마가 지속됐기 때문에 지금보다 2배 이상 긴 기간에 내린 양이다. 하지만 이미 올해 20일간 내린 강수량이 2020년과 2013년의 절반가량을 넘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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