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차량·기차로 14시간 … 尹, '학살 현장'부터 찾았다
민간인 학살지역 '부차·이르핀'
키이우 도착 前 찾아 주민 위로
극도의 보안 속에 우크라 방문
브리핑할때도 '인접국' 단어 써
11시간 체류, 복귀 13시간 걸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부차시 학살 현장과 민간인 주거 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시다.
윤 대통령 부부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에 들어선 후 수도 키이우에 도착하기 직전 부차와 이르핀을 먼저 들러 주민들을 위로했다.
부차는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의 심각성을 가장 잘 보여준 곳이다. 2022년 2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점령했는데, 부차가 해방된 후 언론인과 우크라이나군이 도시에 들어갔을 때 대량학살의 증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당시 일부 시체는 길거리에 누워 있었고, 일부는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발견됐다.
해방 후 부차 지역 성앤드루 성당 근처에 있던 집단무덤에서 시신을 발굴해 신원을 확인하고 사망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때 발견된 희생자만 최소 6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40~60세 민간인이었다. 이후 '부차학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르핀은 2022년 러시아가 키이우를 공격하려고 할 때 서쪽 방향에서 포위하기 위해 장악하려고 했던 도시다. 러시아군이 23일간 도시를 점령하는 동안 치열한 전투로 이르핀 사회·주거 시설의 70%가 파괴됐다. 2022년 3월 28일 우크라이나 방어군은 이르핀을 해방하고 수도로 향하는 적을 막아냈고 '이르핀-영웅 도시'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어 2월 25일 오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키이우 진격을 막기 위해 로마노프스키 다리를 폭파시켰다. 이후 이곳은 수천 명의 주민이 탈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됐고, 대피 사진 수백 장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인 만큼 윤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극도의 보안 속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언론에 처음 알려진 것은 14일 오후 2시 20분(현지시간).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호텔 프레스센터 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기자와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을 제외한 모든 외부인을 내보낸 후 엠바고(보도유예)를 강하게 요청한다면서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을 알렸다.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인접국'이라는 단어를 쓰며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14일) 밤까지는 서울에 연락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며 "꼭 하셔야 되면 음성 통화는 하시지 말고 '출장 기간이 조금 연장됐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정도로 오늘까지는 버텨달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이 기존 4박6일에서 6박8일로 연장됐지만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가족과 회사 모두에 이를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로부터 약 2시간 후 바르샤바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출발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항공편, 육로편, 기차편 3가지를 섞어서 편도 14시간이 걸렸다"면서 "(우크라이나) 현지 체류는 11시간이었으며 복귀에 13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을 준비하면서 오래전에 양자 방문에 대해 초청을 받았고 고민을 오래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했고, 그 이후 한국을 찾은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접견하며 거듭 우크라이나 방문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샤바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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