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차량·기차로 14시간 … 尹, '학살 현장'부터 찾았다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3. 7. 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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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격 방문 이모저모
민간인 학살지역 '부차·이르핀'
키이우 도착 前 찾아 주민 위로
극도의 보안 속에 우크라 방문
브리핑할때도 '인접국' 단어 써
11시간 체류, 복귀 13시간 걸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이르핀시 민가 폭격 현장을 방문해 현지 관계자에게서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부차시 학살 현장과 민간인 주거 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시다.

윤 대통령 부부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에 들어선 후 수도 키이우에 도착하기 직전 부차와 이르핀을 먼저 들러 주민들을 위로했다.

부차는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의 심각성을 가장 잘 보여준 곳이다. 2022년 2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점령했는데, 부차가 해방된 후 언론인과 우크라이나군이 도시에 들어갔을 때 대량학살의 증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당시 일부 시체는 길거리에 누워 있었고, 일부는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발견됐다.

해방 후 부차 지역 성앤드루 성당 근처에 있던 집단무덤에서 시신을 발굴해 신원을 확인하고 사망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때 발견된 희생자만 최소 6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40~60세 민간인이었다. 이후 '부차학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르핀은 2022년 러시아가 키이우를 공격하려고 할 때 서쪽 방향에서 포위하기 위해 장악하려고 했던 도시다. 러시아군이 23일간 도시를 점령하는 동안 치열한 전투로 이르핀 사회·주거 시설의 70%가 파괴됐다. 2022년 3월 28일 우크라이나 방어군은 이르핀을 해방하고 수도로 향하는 적을 막아냈고 '이르핀-영웅 도시'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어 2월 25일 오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키이우 진격을 막기 위해 로마노프스키 다리를 폭파시켰다. 이후 이곳은 수천 명의 주민이 탈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됐고, 대피 사진 수백 장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인 만큼 윤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극도의 보안 속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언론에 처음 알려진 것은 14일 오후 2시 20분(현지시간).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호텔 프레스센터 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기자와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을 제외한 모든 외부인을 내보낸 후 엠바고(보도유예)를 강하게 요청한다면서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을 알렸다.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인접국'이라는 단어를 쓰며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14일) 밤까지는 서울에 연락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며 "꼭 하셔야 되면 음성 통화는 하시지 말고 '출장 기간이 조금 연장됐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정도로 오늘까지는 버텨달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이 기존 4박6일에서 6박8일로 연장됐지만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가족과 회사 모두에 이를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로부터 약 2시간 후 바르샤바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출발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항공편, 육로편, 기차편 3가지를 섞어서 편도 14시간이 걸렸다"면서 "(우크라이나) 현지 체류는 11시간이었으며 복귀에 13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을 준비하면서 오래전에 양자 방문에 대해 초청을 받았고 고민을 오래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했고, 그 이후 한국을 찾은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접견하며 거듭 우크라이나 방문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샤바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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