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行 오일머니 1000% 급증"
인수·투자 역대 최고 갈듯
中과 경제밀착에 美 심기 불편
'군사협력 강화 우려' 제기돼
인권·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불화를 겪은 중동 국가가 역내 유력한 새 파트너로 떠오른 중국에 급격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적대 관계를 종식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착하면서 미국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모습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현재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국가 기업의 중국 내 사업 인수·투자 평가액은 전년 대비 1000% 이상 급증한 53억달러(약 6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현재 거래 추세를 볼 때 평가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 직전이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특히 사우디와 추진하는 경제협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한 뒤 양국은 '포괄적전략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양국의 경제협력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3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중국 정유회사 룽성석유화학 지분 10%를 위안화로 사들였다. 총 36억달러(약 4조5000억원)에 해당하는 거래였다. 아울러 지난달 중국과 사우디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대규모 비즈니스 콘퍼런스를 열어 100억달러(약 12조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우리는 그들(중국)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며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착하겠다는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UAE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블룸버그는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총자산이 2800억달러에 달하는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대중 투자를 위해 중국 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바달라 대변인은 블룸버그에 "우리는 장기적 전략에 부합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유망한 기회를 계속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사우디 공공투자기금(PIF)과 함께 하반기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둔 세계 3위 중국 농업기술기업 '신젠타'에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 공모주 일부를 배정받는다.
중동이 '오일머니'로 중국에 공을 들이는 데는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을 믿지 못하게 된 탓이 크다.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사우디 당국에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악화되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10월 감산을 늦춰달라는 미국 측 요청을 무시하고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에서 감산 강행을 주도하며 맞불을 놨다. 당시 미국에서는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UAE는 2022년 1월 수도 아부다비에 예멘의 후티 반군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후에도 미국이 군사 원조를 지연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지난 5월에는 이란의 유조선 압류를 방지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해상 순찰 활동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우방국과 마찰을 빚는 사이를 틈타 중국은 중동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UAE는 2021년 말 미국과 F-35 스텔스기 구매 협상을 중단한 이후 올해 2월 중국산 훈련기 L-15 12대를 수입했다. 이어 중국은 올해 3월 오랫동안 반목해왔던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 정상화를 중재하며 역내 유력한 파트너 국가로 떠올랐다. 사우디와 UAE로서는 못 미더운 우방국인 미국을 대체할 파트너 국가로 중국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사우디의 한 고위 관리는 블룸버그에 "자국은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파트너로 보지 않기 때문에 역내 긴장을 완화하고 협력할 다른 파트너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UAE의 한 관리도 "미국이 덜 관여할수록 중국을 위한 공간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동 내 무기 거래에서도 중국의 지분이 커지면서 중국과 중동이 경제를 넘어 군사 부문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미국 중부사령부는 최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사우디·UAE에 대한 중국의 무기 판매액이 80% 증가한 반면 미국의 판매액은 30% 급감했다고 밝혔다. 마이클 쿠릴라 미국 중부사령관은 최근 미국 의회 증언을 통해 "우리 파트너 국가의 통합과 중국의 중동지역 침투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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