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증권 아냐"…국내 유통 620종 코인도 부담 덜었다
판결문에 리플은 증권 아니라고 명시
기관투자자 판매만 증권법위반 해당
SEC의 알트코인 무차별 기소에 '제동'
토큰증권 증권 제도화 앞둔 국내도 영향 전망
업계 안도하는 분위기
가상자산 ‘리플’은 증권이 아니라는 미국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토큰증권 제도화를 앞둔 국내 가상자산 업계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내 유통되고 있는 600여 종의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분류될 부담을 덜어서다. 리플 소송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다.
1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2년 넘게 진행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랩스의 소송에서, ‘리플’을 발행하는 리플랩스의 손을 들어줬다.
SEC는 2020년 12월 리플랩스가 13억 달러 상당의 리플 토큰을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고 판매해, 증권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송의 쟁점은 리플이 증권인지 여부와, 리플랩스가 토큰을 판매한 방식이 증권법을 위반했는지였다.
그런데 법원은 리플 자체는 증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단, 판매 방식에 대해선 ‘일반 판매’와 ‘기관투자자 판매’로 나눠 다르게 판단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리플을 구매한 일반 판매는 증권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지만, 계약서 작성이 동반된 기관투자자 판매는 증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기관투자자들은 특정 기간이 지날 때까지 리플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했는데, 이는 발행사의 노력으로 향후 토큰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투자계약증권’ 성격을 띤다고 봤다.
이번 판결을 놓고 ‘리플이 판정승을 거뒀다’고 보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부분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이 증권이라고 보는 SEC의 무차별 소송 제기에 제동이 걸린 이유에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에 있어 개리 겐슬러(SEC 위원장)식 접근법은 옳지 않고, 판매방식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평했다.
시장도 즉시 반응했다. 리플 가격은 판결 발표 직후 80% 이상 급등해 1110원을 돌파했다. 지금은 다소 하락해 910원대 거래 중이다. 카르다노, 솔라나, 폴리곤 등 최근 SEC가 증권이라고 주장한 다른 코인들도 판결 발표 직후 20~30%씩 급상승했다.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주요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는 리플 재상장을 발표했다.
국내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에도 영향 줄 듯
리플 소송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에서 알트코인에 대한 증권성 우려도 상당 부분 불식될 전망이다. 내년 ‘토큰증권’이 제도화되면, 증권 성격의 토큰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취급할 수 없게 된다. 제도 도입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은 기존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할 체크리스트를 개발 중인데, 증권성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할 경우 코인 무더기 상장폐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통되고 있는 코인 625종(중복 제외) 중 비트코인·이더리움 정도를 제외하면 어느 하나 증권성 판단에서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없었다.
김 연구위원은 “주목할 점은 법원이 판결문에 리플은 증권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라며 “알트코인에 대한 증권성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가상자산 법률 전문가는 “SEC가 증권이라고 간주한 코인들이 모두 리플과 유사한 속성이 있어 이번 판결로 다른 알트코인도 증권성 판단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판매 방식에 대한 증권성 판단은 하지 않고, 판매 대상의 증권성만 따지기 때문에, ‘리플은 증권이 아니다’는 판결이 가지는 의미가 더 크다”고 부연했다.
이번 판결로 모든 가상자산이 증권성 판단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코인을 판매했더라도 사업계획서인 백서 등에 가치 상승에 대한 약속을 포함했고, 매수인들이 합리적인 기대를 가졌다는 점이 인정되면 증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한국에서 증권이 아닌 것에 대해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판다면 유사수신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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